[송국건정치칼럼] 자유한국당의 심각한 착각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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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8   |  발행일 2019-10-28 제30면   |  수정 2019-10-28
조국 낙마 쾌거 이뤘다며
셀프 표창장·상품권 잔치
광장 민심이 거둔 성과를
전리품 삼는 엉뚱한 발상
총선 앞 제1 야당의 실상
20191028

자유한국당이 조국 전 법무장관 사퇴를 관철시키는 쾌거를 이뤘다며 자축연을 가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2일 의원총회 자리에서 ‘조국 검증 태스크포스’ 의원들에게 표창장과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줬다. TF 위원장이었던 여상규 의원을 비롯해 전·현직 의원 14명이 셀프 표창장을 받았다. 나 원내대표는 “20대 국정감사는 ‘조국 낙마 국감’으로, 저희의 전쟁에서 작지만 아주 큰 승리, 새로운 물꼬를 전환할 수 있는 승리”라고 뿌듯한 감회에 젖었다. 상을 받은 의원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기념촬영을 했다. 당 안팎에서 “지금이 샴페인을 터트릴 때냐”는 비판이 일었다. 당 지도부가 화들짝 놀라 사과했다. 하지만 이번 ‘표창장 해프닝’은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의 문제의식, 현실감각 결여를 그대로 드러냈다. 올초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강행에 항의한다며 ‘릴레이 한끼 단식’을 했던 웰빙정치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조국 정국에서 한국당은 무기력했다. 일부 율사 출신 의원들이 전문성을 갖춘 전투력을 인정받았지만 당 차원의 전략과 전술은 허술했다. 조국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정면돌파 작전에 밀려 증인도 없는 맹탕 인사청문회를 열어 임명 강행 절차에 이용됐다. 조국 낙마가 한국당의 ‘작지만 아주 큰 승리’라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착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을 사퇴시킨 건 개천절과 한글날에 터져나온 광화문광장의 함성 때문이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락하는 데 따른 정권의 항복선언이었다. 야당이 아닌 민심에 항복했는데, 슬그머니 그 공을 가져가려는 염치없는 짓을 했다. 민심은 조국 퇴진 후에도 웃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의 원인을 입시제도와 언론, 검찰로 돌리며 엉뚱한 곳을 수술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조국이 사퇴했음에도 지난 주말 다시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함성이 울렸다. 그 사이 한국당만 표창장과 상품권을 주고받으며 파안대소했다.

문재인정권뿐 아니라 한국당도 민심과 떨어져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조금 올랐다고 자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상대팀 자살골을 자기팀이 차 넣은 골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많은 국민은 그런 꼴에 실망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정당 호감도’ 조사 결과가 민심을 계량화한다. 갤럽의 10월 둘째 주 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7%(민주당 37%)를 기록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한국당의 정당 호감도는 28%(민주당 44%)였다. 정당별 호감 여부는 자당의 핵심 호감층뿐 아니라, 타당과 교차 호감층, 대척점에 있는 정당의 비호감층 등 지지층 확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참고할 만한 자료다. 내년 4·15 총선을 6개월 남겨놓은 시점에 한국당은 지지율 27%→호감도 28%로 외연확장 여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반면, 언제든 민주당을 찍을 수 있는 유권자(44%)는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지금 한국당 구성원의 거의 모두는 보수정권 실패의 당사자들이다. 또 2년 반 동안 문재인정권의 독선과 독주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참다못한 광장의 분노가 낳은 결과물을 정치적 전리품처럼 가로채려고 한다. 진작 할 일은 안 한다. 총선 전략이 있기나 한지 궁금하다. 보수통합은 누가 챙기고 있는지 의문이다. 모두들 자기만 이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역대 최약체급 제1야당이 있으니 집권세력에선 2년 반 동안 “야당 복은 있다”는 말이 이어진다. 남은 2년 반도 같은 상황이면 많은 국민이 또 광장에 나가서 분노를 표출해야 한다. 한국당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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