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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어른 속에 아이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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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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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마음=의식·아이 마음=무의식

‘겉과 속 다른’ 퇴행적 행태의 성인

‘마음속 아이’ 성장시키는 치료를

곽호순병원장
자기 마음을 자기가 다 알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마음을 제일 잘 모르는 것이 자기 자신이다. 예를 들어 분명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고 좋은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이유 없이 밉고 두려운 경우도 있다. 처음 만나는 그 사람에게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자기 마음이 표현된 것인데, 그 까닭을 모를 뿐이다. 그래서 처음 보는 그 사람 탓을 하지 자기 마음의 문제라는 것은 알지 못한다.

늘 모임의 약속 시각에 늦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여러 가지 이유를 댄다. 그러나 그 모임에 오기 싫어한다는 감추어진 마음이 남들 눈에는 다 보이는데 자기만 모를 뿐이다. 자기의 마음을 감추려고 하면 남의 눈에는 더 드러나는 것이 마음의 특성이다. 그래서 드러나는 마음속에 감추어진 마음을 알려고 노력을 하는 것은 치료에서 중요하다.

드러나는 마음을 ‘의식’이라고 표현하고 감추어진 마음을 ‘무의식’이라고 표현하는데 의식은 무의식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의식은 현실을 판단할 줄 알고 참고 기다릴 줄 알며 이차적으로 생각을 하는 힘이 있다. 즉 현실주의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의식은 그와 반대로 일차적으로 생각을 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충동적이고 즉각적이다. 즉 쾌락주의적인 특성이 있다. 의식을 어른의 마음이라고 한다면 무의식은 아이의 마음이라고 비유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른들이 하는 행동들이 다 성숙하고 이치에 맞고 훌륭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유 없이 자기 멋대로 하고 터무니없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전혀 엉뚱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이유에는 무의식이라는 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어른 속에 아이가 살고 있다’고 표현한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비록 어른의 행동일지라도 이미 어린 시절의 경험에 의해서 그 동기가 결정되어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그 동기는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기 때문에 잘 못 느낄 뿐이다.

이 어른 속에 사는 아이에 의해 그 사람의 성격이 결정된다고 한다. 그 아이가 미성숙하고 퇴행적이라면 그 어른 역시 그런 성향을 나타낼 것이며 그 아이가 합리적이고 참을성 있고 성숙해 있다면 그 어른 역시 그럴 것이다. 이런 성격은 이미 성장기에 갖추어져 가는 것이므로 현재의 학식이나 재산이나 지위 같은 것들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젊은 나이에 이미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사업가가 있었다. 이 사람은 어머니의 작은 사업을 물려받아 크게 성공하게 했다. 주변에서는 이 사업가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지만 정작 그는 늘 불안했다. 그의 성공은 그의 것이 아니고 자신은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탄로 날까 봐 늘 두려워했다. 그가 어릴 때 어머니는 사업가적인 기질이 강했고 아버지는 착하지만, 무능한 분이셨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늘 어머니의 과잉보호로 채워져 있었다. 심지어 아버지의 훈육도 어머니가 가로채 아버지를 꾸짖을 정도였다. 그는 성장했고 어머니의 사업 기반으로 더 큰 사업을 벌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늘 성공이 그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기가 노력하고 투쟁하고 헤쳐나가서 이룩한 성공이 아니라 어머니가 가져다 준 선물을 크게 포장해서 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사람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성장하지 못하고 과잉보호를 받는, 아무것도 자기 힘으로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아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사업가의 무력감이나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의 마음속의 아이가 성장하고 성숙해 자신의 성공이 자기의 노력에 의한 결과였음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마음속의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치료’다. 곽호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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