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이식 재능기부’ 보자르모발이식 대구센터 권태정 원장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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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9 07:54  |  수정 2019-10-29 08:27  |  발행일 2019-10-29 제19면
“머리카락 없는 고통 표현조차 안돼…그 고통 못 벗는 저소득층 적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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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이식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는 보자르모발이식 대구센터 권태정 원장은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무료 모발이식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아주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머리카락이 없는 고통은 말로 설명이 안됩니다. 안다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그런 고통입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그 고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보자르모발이식 대구센터 권태정 원장은 모발이식 재능기부에 나선 이유에 대해 28일 이렇게 말했다.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모발이식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는 김정철 경북대 의대 교수의 제자다. 돈 잘 벌고, 흔히 잘 나간다는 의사가 될 수도 있었던 성형외과 전공의가 모발이식, 즉 머리카락 심는 재미에 빠진 이유는 단순했다. 권 원장은 “모발이식 수술 자체가 즐거웠다. 예쁘게 심기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았다. 몸은 좀 힘들지만, 그걸 다 잊을 만큼 충분히 좋았다”면서 “이걸 오래 하고 싶어서 몸관리를 위한 운동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발이식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
김정철 경북대 의대 교수 제자로
2017년부터 매년 4차례 재능기부
모발 무료시술 봉사는 전국 최초
“탈모인들에 희망·자신감 심는 것”



그랬던 그가 모발이식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2017년부터다. 같은 해 4월 대구시 사회복지사협의회와 협약을 맺고 탈모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분기별 1회, 매년 4명에게 모발이식수술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재능기부 형태로, 모발 이식 무료 시술에 나선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권 원장은 설명했다.

“모발이식 무료 시술에 나섰던 첫 케이스는 30대 초반의 남자였습니다. 앞머리가 없는 형태의 탈모인 탓에 늘 뒷머리를 앞으로 내렸고, 그렇다 보니 늘 고개를 숙이고 있었죠. 그런데 시술 이후 자신감이 생기면서 고개를 들게 됐고, 성격도 밝아졌습니다. 결국 직장도 얻게 됐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잡았죠.”

첫 재능기부 이후 권 원장은 지금까지 매년 4차례 빠지지 않고 모발이식 재능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권 원장 스스로는 의미를 가지고 하는 활동이지만, 병원 내 간호사 등 동료들에게는 업무 외에 일이 더 늘어나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걱정도 적지 않았다.

권 원장에 따르면, 모발이식은 노동집약적 수술로, 통상 한번에 3천500~4천모 정도를 심게 된다. 이를 위해서 모발이식을 받을 환자의 머리카락을 긴 막대기 모양으로 두피와 함께 잘라낸다. 그리고 거기서 모낭을 분리, 그것을 하나씩 심어야 하는 작업으로 통상 6시간 넘게 걸린다. 이를 위해 권 원장을 포함한 병원 전 식구가 이 과정에 참여한다. 환자가 오면 오전 10시 상담을 시작, 어떤 모양으로 이식할지 등 디자인을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난 뒤 10시30분 정도 환자의 머리에서 이식할 머리카락을 떼낸 뒤 봉합수술을 하게 된다. 그 사이에 2시간 동안 한 뭉터기로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심을 수 있게 1개 또는 2~3개 모낭을 분리하고, 2시간 동안 심기 시작하면 오후 4시에 끝난다.

권 원장은 “떼어낸 머리부분은 그날 곧바로 봉합하고, 열흘 뒤 실밥만 뽑으면 흉터도 전혀 안 보인다. 그리고 환자는 시술한 그날 곧바로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전부터 시작한 모발 이식은 오후쯤 마무리 되지만, 병원 식구들은 하루 종일 이 일에 매달려야 한다. 이런 탓에 병원 동료들이 일거리만 늘어난다고 생각하게 되면 봉사활동을 대충할 수도 있고, 만약 그렇게 되면 재능기부인 탓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고 권 원장은 전했다.

권 원장은 “처음에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봉사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기분 좋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병원 동료들에게는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이고, 그래서 대충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직원들이 나보다 더 좋아했다. 어려운 형편 탓에 모발이식을 못받던 이들에게 함께 희망을 만들어준다고 느낀 것 같다.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인지 더 열심히 하고, 그래서 결과도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모발이식 봉사활동을 통해 권 원장과 병원 동료 등이 얻는 가장 큰 행복은 모발이식을 받은 이들의 정신적 우울증도 치료해주게 됐다는 점이다.

권 원장은 “탈모로 힘들어 하는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피할 정도로 심리적 우울 상태를 보인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는 큰 요인 중 하나로 작동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모발이식 재능기부는 이들에게 단순히 머리를 심어준다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자신감, 미래를 심어주는 것이다. 이식한 모발이 자라면서 희망과 자신감 등이 함께 자라나 이들의 미래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권 원장은 앞으로 모발이식 재능기부를 지금보다 조금 더 확대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권 원장은 “처음 모발이식 재능기부 아이디어를 낼 때도 걱정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안해본 사람은 모르는 그런 매력이 있다. 모발이식과 봉사활동 모두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분기에 한번 하는 것을 앞으로 격월로 하는 방안, 그리고 다양한 사연들을 통해 전국적으로 봉사활동 영역을 넓히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모발이식을 받는 대상자는 대구시 사회복지사협의회로부터 추천을 받고 있으며, 저소득층 중 탈모로 사회생활이 힘든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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