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성공한 리더의 의사결정법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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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31   |  발행일 2019-10-31 제31면   |  수정 2019-10-31
[영남타워] 성공한 리더의 의사결정법
조진범 경제부장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한 후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하라.” 뇌과학자인 정재승 KAIST 교수가 자신의 책 ‘열두 발자국’에서 한 말이다. 좋은 의사결정에 대한 진단이다. 정 교수는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연구해서 찾아낸 훌륭한 의사결정법”이라고 소개했다. 의사결정을 바꾸면 리더십에 문제가 없을까. 정 교수는 소통을 많이 하는 리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래를 위해 결정사항을 바꾸는 리더를 훨씬 더 존경한다고 했다. 정작 밀실에서 혼자 의사결정을 하면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의사결정 메시지 자체가 유일한 소통이기 때문에, 그걸 바꾸면 문제가 커진다는 게 정 교수의 지적이다.

뇌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새삼 눈길을 끈다. 최근 우리나라 상황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를 묻고 있다. 상황이 바뀌면 의사결정을 바꾸라는 게 시대적 요구이다.

지난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도 ‘유연한 리더십’에 대한 근거자료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표방한 문재인정부에서 비정규직이 폭증했다. 1년 전과 단순 비교하면 역대 최대인 86만7천명이 증가했다. 통계방식 변화 탓이라는 정부의 해명을 감안하더라도 36만7천~51만7천명이 늘어났다. 여러가지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만든 초단기 일자리 규모가 커졌다는 해석도 있고, 최저임금 등에 부담을 느낀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꺼린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비정규직 폭증이 한가지 원인만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는 평가는 부정할 수 없다. 정부의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당연히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기존의 결정을 바꿀까. 사실 큰 기대는 없다. 당장 청와대의 해명이 그렇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3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비정규직이 역대 최대로 늘었다는 건 과장된 것”이라며 “통상의 추세와 달라질 이유가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폭증을 가짜뉴스쯤으로 취급하고 있다. 하도 익숙한 장면이라 별다른 감흥이 없다. 이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행태가 이런 식이다. 불리한 통계나 뉴스가 나오면 부인하거나 남 탓으로 돌린다. 경제난이 거론될 때마다 외부 요인 탓만 한다. 세계경기가 안 좋다느니,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이라는 소리만 늘어놓는다. 소득주도성장이나 노동정책에 대해서 별다른 말이 없다. 기업 현장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인식이다.

영남일보가 대구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대구 소재 기업 CEO 및 임원급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을 한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내수시장 둔화와 노동환경 변화를 미달 사유로 꼽았다. 내수시장 둔화는 국내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이고, 노동환경 변화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로 대표된다. 사실상 경제 정책의 실패가 경제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은행 간부는 “기업들이 어렵다고 난리다. 은행 부실률과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형편이 어려운데 사람을 뽑을 엄두를 내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느니, 한국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느니 하는 ‘엉뚱한’ 소리는 안 했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은 이제 임기 반환점을 코앞에 두고 있다. 열린 사고로 정부 출범 당시와 환경이 바뀌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환경이 바뀌었다면 의사결정을 바꾸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고집불통 리더십으로는 훌륭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조진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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