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역사 청송 문화재 여행 .17] 청송사과

  •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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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5   |  발행일 2019-11-05 제11면   |  수정 2020-03-13
붉디붉은 자태에 아삭아삭한 꿀맛 “명품사과 납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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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주왕산 사과마을 한 과수원에서 한 농부가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일조량이 풍부한 청송에서 자라는 사과는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일명 ‘꿀사과’라 불린다.

청송의 꽃은 사과꽃이다. 봄이면 연하디 연한 분홍을 머금은 하얀 사과꽃이 청송 산천을 뒤덮는다. 강이 흐르는 들녘과 기우뚱한 산지가 죄다 사과밭이다. 낙동강 상류 반변천과 길안천 주변에는 사과농장이 해마다 늘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붉은 사과가 청송 산천을 뒤덮는다. 청송의 사과는 정말 달다. 한입 베어 먹으면 그 맛을 못 잊는다. 풍부한 과즙에 온몸이 상쾌하고 살짝 감도는 산미에 눈이 번쩍 뜨인다.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은 언제 어디서나 있어 왔고 그것은 때로 한 도시나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니기도 한다. 청송의 특산물은 사과다. 청송의 땅과 물, 바람과 비가 하나로 영근 것이 청송사과다. 청송사과는 청송의 자연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100여년의 역사와 삶의 정취가 스며있는 청송사과는 ‘살아있는 문화재’로 손색이 없다.

#1. 청송의 자연을 담은 청송사과

청송 땅의 82%가 산림이다. 전역이 해발 250m 이상의 내륙 산간지역으로 비가 적고, 4월에서 11월까지의 일조시간이 1천520시간으로 일조량이 풍부하다. 연평균 일교차는 13.4℃로 높다. 풍부한 일조량은 사과에 고운 빛깔을 입히고 잎의 활발한 탄소동화 작용을 통해 열매에 당분을 저장하게 만든다. 높은 일교차는 사과의 육질을 단단하고 치밀하게 만들고 당도를 더욱 높여 가두고 색깔을 깨끗하게 한다.

토양은 대체로 척박한 편이지만 사과 재배에는 적합해 과즙이 풍부하고 저장성도 뛰어나다. 이러한 천혜의 조건을 바탕으로 청송사과는 이 지역의 주 작목으로 육성, 재배돼 왔다. 청송군에서 사과 재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농업 생산액의 30% 정도로 단일작목으로는 최고를 이루는 주요 작목이다. 사람들은 청송사과를 ‘꿀사과’ 또는 ‘명품 사과’라 부른다.


큰 일교차로 당도 높고 과육 단단해
전국 사과 생산량의 10% 5만t 수확

1994년 상표등록·2008년 특구 지정
대표 브랜드 대전서 5년 연속 대상

농촌운동가 박치환 1924년 첫 반입
사과 맛본 인근 주민들 앞다퉈 재배

최고 품질의 사과 생산 다양한 노력
축제 개최 지역경제 활성화도 앞장



청송사과는 전국 사과 생산량의 10%인 5만t 정도의 생산을 유지해 물량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지역 농가소득의 50% 이상이 청송사과에서 나온다. 또한 ‘명품사과’는 청송군과 청송군의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매년 억대농업인을 탄생시킨다. 청송군은 고품질 사과를 생산할 수 있는 ‘키 낮은 사과대목(M9)’을 이탈리아로부터 처음 도입했고, 저농약 재배로 ‘껍질째 먹는 사과’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청송사과는 성장을 거듭해 2017년에는 우리나라 사과 재배 면적 10%를 차지하며 전국 1위로 올라섰다.

청송사과는 1994년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마쳤다. 2007년에는 농림부 청송사과 지리적 표시제 등록, 2008년에는 지식경제부로부터 ‘청송사과특구지정’을 받았다. 또한 농림부에서 주최 주관한 농식품 파워브랜드 대전에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전에서 2013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는 등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가치와 품질의 우수성을 평가받고 있다.

#2. 100여년 역사의 청송사과

청송군 현서면 덕계리 569. 청송에서 처음으로 사과가 열렸던 곳이다. 1924년 12월에 사과묘목을 심었고, 1931년에 처음으로 사과를 수확했다. 사과나무를 심은 이는 독립 운동가이자 농촌 계몽 운동가였던 박치환(朴致煥) 장로다. 그는 1878년 의성에서 태어나 1906년 한국에 들어와 선교 활동을 벌이던 어두만(W.C. Erdman) 목사에 의해 기독교에 입교해 서양 문물을 접했다. 그리고 1919년 3월 의성 춘산면 구천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만세운동을 하다 일본 경찰에 쫓겨 중국과 시베리아, 일본 등지로 망명했다고 한다. 1924년 귀국하면서 일본에서 사과의 한 품종인 국광 10여 주를 들여온 그는 고향 인근인 청송군 현서면에 정착해 나무를 심었다.

먹을거리 없던 시절이었고 산골마을은 과일이 귀했다. 그를 통해 사과를 맛 본 인근 사람들도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청송군 현서면을 시작으로 현동·안덕면에 사과나무 군락지가 생겼다.

박 장로는 접목법 및 수종 개량에 성공해 농가에 보급했으며 우리나라 초기 사과품종인 아사이와 야마도니시키 등을 일본에서 수입해 청송지역에 전파하기도 했다. 또한 사과뿐만 아니라 산양(젖양)과 양배추, 씨감자, 토마토, 당근, 자두 등도 들여와 마을 사람들에게 보급했다.

박 장로는 청송 최초의 교회인 화목교회에서 봉직했다. 신사참배와 징병을 위한 부역에 반대하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태평양전쟁 이후 일제가 각종 전쟁 물자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교회 성종(聖鐘)의 공출을 강요했지만 끝까지 교회의 종을 지켰다.

그는 1946년 화목교회 초대 장로로 추대되었다. 농촌계몽에도 힘을 쓴 그는 사과농사로 돈을 벌어 동네 목욕탕을 지었다. 생활이 어려운 동네 아이들을 데려와 목욕을 시키고 머리를 깎아 주었다. 그의 도움을 받았던 많은 이들이 그를 잊지 못했다. 박 장로는 1968년 6월15일 세상을 떠났고 현서면에는 그를 기리는 비석이 세워졌다. 이후 그의 아들이, 지금은 그의 손자가 대를 이어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박 장로 외에도 안덕면 복리에 살았던 신인수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일본에서 일하면서 인근 사과농장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사과 재배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1927년 한국으로 돌아오며 600여 주의 사과 묘목을 들여왔다. 이후 안덕면 복1리에 5천평 규모의 사과밭을 조성했다고 한다.

청송에 사과나무가 심긴 지 근 100여 년이 되었다. 지금도 청송에는 사과나무 고목이 몇 그루 생존해 있으며 여전히 사과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3. 농가소득의 증대 및 청송농업의 미래를 위한 노력

청송군과 농민들은 최고 품질의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재배시 농약이나 화학비료 대신 산야초나 농산부산물 등 유기질 비료를 이용해 땅의 힘을 건강하게 증진시키는데 힘쓰고 있다. 또한 기형과를 줄이고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보통 꿀벌보다 수분 능력이 뛰어난 ‘머리뿔가위벌’을 방사한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고 계절에 따라 사과나무 분양, 사과 따기 체험, 사과케이크 만들기, 사과 초콜릿 체험 등 사과를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청송군에서는 경북대 사과연구소와 협업해 IPM(병해충 종합관리)으로 농약 없이 병해충을 관리하는 친환경농법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청송사과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AR코드를 도입해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현장에서 생산농가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다양한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소비영역을 창출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사과가공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농업인실용교육, 청송사과친환경대학, 청송미래농업대학, 경영마케팅 교육 등 농업 종사자의 미래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품목조직 활성화 등을 위해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과 외에도 자두와 복숭아 등 지역 특화 분야의 교육 과정도 운영함으로써 청송의 젊은 농민들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농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천혜의 환경에 인간의 노력이 더해져 최고의 산물이 탄생한다.

#4. 청송 사과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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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열린 청송사과축제 홍보관 내부에 다양한 사과 품종이 전시돼 있다.

매년 11월경이면 청송에서는 사과축제가 열린다. 7년 연속 경북도 최우수 축제로 선정됐을 만큼 청송의 대표적인 지역 축제다. 2004년부터 시작된 ‘청송사과축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인 사과를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자 기획됐다.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은 크게 공연, 경연, 체험, 전시 판매, 연계 행사, 기타 행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사과를 소재로 한 각종 게임을 읍·면별로 주민들이 직접 기획,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제15회 청송사과축제로 지난 10월30일부터 11월3일까지 5일간 청송읍 용전천 일원에서 ‘산소카페 청송군! 황금사과의 유혹’이란 주제로 열렸다. 청송의 깨끗한 공기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청송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산소카페 청송군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청정 자연환경에서 자라 명품일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청송사과가 사과 중 으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축제에서는 청송사과축제의 세계화를 꿈꾸며 도시경관사업과 연계해 축제장 주변 경관을 아름다운 빛으로 장식했으며 방문객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대거 선보였다. 청송군은 축제를 통해 청송사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림과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주왕산국립공원, 국제슬로시티 등 국내 최고의 청정 관광도시 청송을 더욱 부각시키고자 애쓰고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청송사과유통공사. 주왕산사과마을. 청송군청.
공동기획지원 : 청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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