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유족 ‘끝모를 기다림’…동산병원 장례식장 적막감만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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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6 07:16  |  수정 2019-11-06 07:40  |  발행일 2019-11-06 제3면

5일 오전 9시쯤 대구 동산병원 장례식장 백합관 지하 1층 분향실 복도. 지나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은 채 적막감만 흘렀다.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희생자들의 빈소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유족들의 대기실로 쓰이고 있는 곳이다.

장례절차 미정…대기실 지켜
행안부 장관 방문마저 취소돼

희생자 소방청장葬 방안 검토
서훈·국가유공자 지정 추진도


신원이 확인된 2명의 사고 희생자 가족 중 한 가족은 이미 병원을 떠났고, 또다른 가족은 여전히 병원을 지키고 있었다. 장례절차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탓이다.

복도에서 만난 중앙119구조본부 관계자는 “이종후 부기장 유족분들은 장례 절차가 확정될 때까지 다른 곳에서 머물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귀가했고, 서정용 정비실장 유족들은 규모가 작은 분향실로 옮겨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교대로 대기실을 지키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흡연실에 나온 유가족들은 말을 아꼈다. 별다른 말없이 연거푸 담배만 피운 이들은 이내 다시 분향실로 들어갔다. 위로의 뜻을 전하는 지인의 전화에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분위기는 어수선해졌지만, 이내 방문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적막감이 흘렀다.

진 장관은 “짧은 시간 머물며 위로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차라리 강서소방서로 이동해 같이 대화를 나누겠다"며 곧바로 강서소방서로 이동했다.

유가족 대다수와 취재진이 떠난 분향실에는 서 정비실장의 모친, 어린 아들과 딸, 배우자만 남았다. 조심스럽게 대화를 청했지만, 그동안 잦은 언론 노출에 지쳤다며 요청을 거절했다. 강서소방서에서 일정을 마친 후 소방청장이 동산병원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지는 않았다.

한편 소방청은 사고 헬기 탑승자 가운데 소방관을 포함한 직원 5명의 장례를 소방청장장으로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이 받아들일 경우 소방청 개청 이후 처음이다.

통상 시·도 소속인 지방직 소방관이 화재진압이나 구조·구급활동 중 사망한 경우 순직으로 간주하고 조례에 따라 시·도 본부장이나 소방서장, 가족장 등으로 영결식을 한다. 소방청 소속 국가직의 경우 소방청장장, 중앙119구조본부장, 소방학교장 등으로 나뉘지만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어 최근 관련 예규를 정비하는 중이다.

이번 사고 헬기 탑승자의 경우 소방청 소속기관인 중앙119구조본부에 근무하는 소방공무원과 소방항공대원들이다. 소방청은 이들 모두 소방청 소속이고 응급환자 이송 중 사고를 당한 만큼 최대한 예우를 갖춘 소방청장장으로 영결식을 진행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사고 직원 5명에 대한 훈장 추서와 국가유공자 지정 등도 추진된다. 1계급 특진은 계급이 있는 소방공무원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소방항공대원과 같은 전문경력관에게는 대신 공로장을 수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일단 수습하지 못한 실종자를 찾는 게 최우선”이라며 “구체적 장례절차는 추후 유족 의견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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