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된 경찰 “고교시절 예술가의 꿈, 쉰 넘어 맘껏 펼쳐요”

  • 글·사진=진정림 시민
  • |
  • 입력 2019-11-06   |  발행일 2019-11-06 제13면   |  수정 2019-11-06
대구달서署 외사계장 김동호씨
40대중반 들어 미술배우기 시작
한국미술대상특선 등 다수 수상
베테랑화가 못잖은 왕성한 활동
“꿈꾸는 이들 내작품서 영감얻길”
화가가 된 경찰 “고교시절 예술가의 꿈, 쉰 넘어 맘껏 펼쳐요”
화가가 된 경찰관 김동호씨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 남구의 ‘킴스 아트 하우스(Kim’s Art House)’라는 화실. 화가 김동호씨(54·대구 달성군 화원읍)가 동료 화가 2명과 함께 사용하는 화실이다. 이곳에서 김씨는 ‘프랑스 몽플뢰르 국제 작은 작품 초대전’에 출품할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다. 붓을 들어 화폭을 응시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전업 화가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따로 있다. 28년째 경찰에 몸담고 있는 그는 현직 달서경찰서 외사계장(경감)이다. 김씨는 정보파트에서 오래 근무했으며 지금은 달서구 지역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범죄예방이 주 업무다.

김씨는 자신이 미술에 관심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고교 때였다. 그는 “돌이켜 생각해 보니 고교시절부터 미술에 대한 갈망이 잠재돼 있었다”고 했다. 고교시절 미술선생님이 대구문예회관에서 연 전시회를 봤는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예술인이 저평가되던 시절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선택할 때는 별 갈등 없이 경찰의 길을 택했다.

젊은 시절에는 일에 몰두하느라 내면의 소리를 들을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안정돼 갈 무렵인 40대 중반에 접어들던 8년전 어느 날 ‘성인 취미반’이라고 적힌 미술학원을 지나치다 불현듯 “아! 내가 찾던 것이 바로 저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붓을 들었다.

그림을 그린 지 8년밖에 안 됐지만 2017~2018 대한민국 미술대상전 특선, 2017~2018 대한민국 친환경현대미술대전 종합대상, 2018 한·중·일 미술작품교류기획전 대상, 2018 대구지방경찰청 문화대전 대상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10회 이상 단체전에 출품하고 개인전 2회를 열 만큼 활동도 베테랑 화가 못잖다.

그가 전시회를 자주 갖는 이유는 자신처럼 경찰이지만 화가의 꿈을 가진 사람이 있듯, 현재의 모습과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기에 자신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길 바라서다.

그는 전시회 못지않게 작품 기증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대구지방경찰청에는 ‘비슬산의 봄’이, 일본 도쿄문화원에는 ‘북한산의 가을’을 기증했다. 자신의 모교인 대구 구지중에는 ‘거석’이라는 작품을 기증했다.

김씨는 주로 ‘큰 바위’를 소재로 웅장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나이프를 사용하는 등 독특한 기법으로 그림을 그려 왔다. 최근엔 ‘감자 캐는 아낙네’를 비롯해 ‘꿈을 마주하다’(가칭) ‘해바라기’ 등 시골풍경부터 정물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는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전시회 관람뿐 아니라 여행을 틈틈이 하는 등 화가로서의 열정이 뜨겁다.

8년전 미술학원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같은 화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동료 화가 김미란씨(50·서구 비산동)와 김정애씨(50·남구 봉덕동)는 “한번 계획한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루는 사람이다. 경찰관의 직분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반듯한 행동은 누가 봐도 훌륭한 경찰”이라고 입을 모았다.

글·사진=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