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산넘어 산’…바른미래 “뭉쳐봐야 매일 싸울텐데”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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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8   |  발행일 2019-11-08 제4면   |  수정 2019-11-08
“탄핵 책임물으면 통합 힘들어”
우리공화당과 한살림 회의론도
일각선 “패보인 黃, 협상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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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왼쪽 두번째)이 7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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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6일 보수대통합 제안 이후 그의 통합 노력에 부정적인 악재만 불거지고 있다. 리더십 위기에 몰렸던 황 대표가 너무 일찍 ‘패’를 보이는 바람에 향후 협상에서 불리한 게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통합 대상인 바른미래당 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행동‘(변혁) 소속 의원들은 황 대표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며 거리를 뒀다. 하태경 의원은 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화당부터 변혁까지 다 통합하자는 이야기는 마치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이 통합하자는 이야기와 같다”며 “진정성이 없고 신기루 잡는 이야기”라고 황 대표 제안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뭉쳐봐야 맨날 지지고 볶고 싸우고 할 텐데, 차라리 안 뭉치는 게 낫다”며 “맨날 부부싸움만 할 건데, 결혼해 가지고”라고 우리공화당과의 ‘한살림’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당 황 대표가 민감한 내부 현안인 ‘당 혁신’을 뒤로 미루고, 정치적 부담이 덜한 보수통합을 먼저 추진하는 상황에서 하의원은 한국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며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변혁을 이끄는 유승민 대표는 이날 비상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보수가 3년 전의 이 문제(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를 갖고 서로 손가락질하고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묻는다면 보수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탄핵 문제에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당의 동의가 없으면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수통합에 필요한 ‘요구조건’을 강조했다.

유 의원은 이어 우리공화당을 겨냥해 “탄핵 문제에 계속 매달려 있는 분들과 보수를 재건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생각이고, 그런 빅텐트가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12월10일 이후에 신당기획단이 준비해왔던 것을 가지고 창당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신당창당 일정도 밝혔다.

이는 자신의 ‘탄핵 불문’ 요구와 관련, 한국당 내에서 제기되는 반론에 대해선 황 대표가 알아서 정리하고 우리공화당에 대해선 아예 통합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게다가 그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굳이 보수통합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비친 셈이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그간 물밑에서 진행되던 보수통합 노력을 너무 일찍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공론화하는 바람에 향후 변혁과의 통합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보수통합 노력이 실패로 끝날 경우 변혁보다는 황 대표에게 더 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한국당으로선 변혁의 요구사항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협상의 선후가 뒤바뀌어 ‘탄핵 찬반’이라는 원칙의 문제가 먼저 불거졌다”면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더라도 구체적인 지분협상에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릴 수 있기 때문에 보수통합은 말그대로 ‘산 넘어 산’”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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