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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용 종이상자 퇴출안 유명무실…‘탁상행정’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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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지기자
  •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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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활성화·환경보전 목적

정부, 대형마트 4社와 퇴출 협약

“상자쓰는 것 자체가 재활용인데

없애면 봉투구매 늘것”반발 늘자

환경부“의무사항 아냐”꼬리내려

지난 4일 대구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쇼핑객들이 종이박스 포장을 하고 있다. 벽면에 붙은 ‘우리 지구를 위해 자율포장대 운영이 중단됩니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눈에 띈다. 환경부는 애초 이달 1일부터 대형마트 종이 박스 사용 금지 방침이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지난 4일 오후 1시쯤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이마트 안 자율포장대 앞. “2020년 1월1일부터 자율포장 운영중단에 따라 포장용 박스, 테이프, 포장끈이 제공되지 않습니다”라는 포스터가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하지만 박스가 꺼내진 흔적들로 볼 때 여전히 고객들에게 박스는 포장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했다.

비슷한 시각 북구 칠성동 홈플러스 안 자율포장대는 박스로 물건을 포장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짐 크기에 맞는 박스를 꺼내려는 사람과 포장하고 있는 사람의 행렬이 늘어선 것. 이날 이들 마트를 포함한 대구시내 4곳의 대형마트에는 “우리 지구를 위해 자율포장대 운영이 중단됩니다”라는 안내 포스터만 여기저기 붙어있을 뿐 여전히 자율포장대는 애용되고 있었다.

환경부의 대형마트 종이박스 사용 금지 방침이 유명 무실해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애초 지난 1일부터 대형마트에서 이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내년 1월부터 자율포장대와 종이박스 퇴출을 시행할 계획이었다.

환경부는 지난 8월29일 대형마트 4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농협 하나로 유통)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맺고 2~3개월 홍보기간을 거쳐 대형마트에서 자율포장대와 종이상자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형마트에서는 종이상자 제공 등으로 장바구니 이용이 저조했고, 자율포장대 운영으로 포장용 테이프나 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환경부의 판단이었다. 여기다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3개사 기준으로 연간 658t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는 등 2차 환경오염 우려가 있다는 점도 한 몫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7일 한 마트에서 종이박스 포장 중이던 김수환씨(65)는 “박스를 쓰는 게 짐을 훨씬 쉽게 옮길 수 있다. 어차피 이 박스들도 재활용인데 뭐가 문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씨(54)는 “집에 차가 한 대만 있어 낮에 장을 보게 되면 오롯이 혼자 들고 와야 하는데, 종이 박스는 장 본 물건이 효율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애용한다. 하지만 이를 장바구니에 넣게 된다면 장바구니가 몇 개 필요할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이 관련 청원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청원자는 “박스 사용 그 자체가 재활용이고, 비닐 테이프를 종이 테이프로 대체 하면 박스 째로 재활용이 가능하다”라며 “박스 사용을 일절 금지하면 종량제와 장바구니의 필요 이상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기존 박스를 판매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여러 경우에 비춰봐도 정책 목표가 달성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SNS 등에서는 네티즌들의 “대량구매는 이제부터 온라인으로 할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원래 11월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자율적으로 시행하게 하다보니 마트별로 사정도 달라 미뤄지게 됐다”며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는 것도 강제사항이거나 의무화된 것이 아니고, 한 대형마트가 그렇게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지역 대형마트들은 각자 대안을 모색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마트는 이달부터 3천원을 내면 장바구니를 빌려주고, 다시 반납하면 그 3천원을 돌려주는 정책을 시행 중”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우선 종이박스가 없어질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고 롯데마트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추기 위해 대형 장바구니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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