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시간을 담은 건축]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끝>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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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8   |  발행일 2019-11-08 제40면   |  수정 2020-09-08
캠퍼스 진입 ‘시간의 축’ 지나, 융복합 학문길 ‘통섭교육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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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캠퍼스를 상징하는 정문 입구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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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는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교육이념을 함축하고 있는 신개념의 캠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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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m 길이의 통섭 교육공간 ‘컨실리언스홀’은 강렬한 내부 공간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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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초월해 세계 지성들이 모여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조형물의 DGIST ‘시간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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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제도는 끊임없이 변해 왔으며 최근의 사태에서 수시입학 제도에 대한 문제점들이 노출되면서 또다시 제도 개선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의 77.8%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출생인구의 하락에 따른 대학입학정원 감소는 대학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다. 국내대학 수는 2017년 기준으로 일반대학 201개, 전문대학 138개로 나타나 있다. ‘벚꽃이 먼저 피고 지는 위도를 따라서 대학도 사라진다’는 속설이 현실화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대학(大學)은 큰 학문이라는 추상적 개념이다. 그러나 학문의 전당 상아탑은 입사시험, 공무원시험, 임용시험 준비의 취준생 양성소인 듯하다. 대학의 본질에 가까운 인문학(人文學)은 사회와 기업에서 인기와 관심을 가지지만 정작 캠퍼스 안에서의 관련학과의 존립이 위태로운 현실이다.

언젠가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환교수 강의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전문영역을 벗어나 공학과 예술 영역을 융합 강의한다는 것이 별다른 뉴스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현대 일상생활 필수품인 스마트폰은 공학기술인가? 산업디자인인가? 앱, 스타트업, 포털사이트 등은 어떠한 영역일까? 기업 입사시험에서는 인문적 소양과 감성지수를 앞세운다. 4차 산업의 사회는 인문 공학이 공존 융합하게 될 것이기에 따라서 대학도 4차원화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DGIST 캠퍼스

D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는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교육이념을 함축하는 신개념의 캠퍼스다. 대구 달성군 현풍지역은 첨단과학도시 ‘테크노폴리스’로 명명되었다. 2011년 3월 개교, 지역의 첨단공학을 대표하는 국책연구기관이자 특수대학으로 시민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캠퍼스다. 4년 기초학부과정은 통합교육으로 이루어지며 석·박사과정에서 6개 전공 분야로 나누어진다.

상징조형물이 있는 정문 진입에서는 캠퍼스 전경이 드러나지 않으며 비슬산을 바라보며 하천의 다리 작은 동산을 돌아서 진입하게 된다. 마치 전통사찰의 진입처럼 일주문을 지나서 단계적으로 마당과 건물을 만나듯, 외부 도시와 격리된 연구공간의 캠퍼스 분위기다. 캠퍼스 주요 건축시설은 연구+교육+주거 존(Zone)으로 구분되어서 동서방향으로 펼쳐진다. 외부 접근성이 높은 종합체육관, 운동시설, 산학협력관, 국제관은 후문 진입부에 위치한다.

◆캠퍼스의 축(AXIS)

사람의 인생에도 근간을 이루는 축(AXIS)이 있고 살고 있는 도시와 동네, 아파트 단지에도 대학 캠퍼스도 흐름과 중심을 이루는 축이 있다. 그 축은 중심건축, 중심도로, 중심광장 등 시설 외향적인 축이 있는가 하면,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 공간 내면적인 축도 있다.


지역 첨단공학 연구기관·특수 대학
세계 일류 교육이념…신개념 캠퍼스
외부 도시와 격리, 연구·교육·주거존
열린 도전, 융복합 나침반과 첫 만남
미래 향한 꿈, 동·서양 지성들 조각상
강렬한 내부공간 축 ‘컨실리언스 홀’
인문·사회·자연과학 통합 새 범학문
끝이 없는 ‘뫼비우스 띠’형상 도서관



캠퍼스의 첫째 축은 정문 진입에서부터 본관동에 이르는 과정, 시간 진행에 따라 나타나는 외부공간의 축이다. 캠퍼스의 경관적 요소를 이루는 외형적 흐름이다. 둘째의 축은 시간의 축을 지나서 다다른 연구 존의 ‘컨실리언스(Consilience)홀’ ‘학술정보관’ 내부 공간 축이다. DGIST 비전과 교육이념을 표현하는 건축 콘셉트이며, 캠퍼스의 기능적·상징적·정신적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

◆캠퍼스 외부공간-시간의 축(TIME AXIS)

캠퍼스 건물과 공간에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명칭이 있다. 정문 게이트(GATE)-융복합 나침반-비슬노벨가든-시간의 정원-학술정보관에 이르는 외부공간이 연결되고 있다. 캠퍼스의 첫 만남은 정문조형물 ‘융복합 나침반(Great Convergence)’이다. ‘C’는 창의(Creative), 기여(Contribution), 배려(Care)의 영문 첫 이니셜로 DGIST 인재를 의미한다. 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나침반은 무한한 미래를 향한 도전을 나타내면서 캠퍼스에 초대하고 있다.

학술정보관 앞뜰의 이름은 ‘시간의 정원’이다. 과거와 현재, 동·서양 국적을 초월한 세계 지성들 조각상이 무리지어 서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정약용, 세종대왕, 토머스 에디슨, 알버트 아인슈타인, 프랜시스 크릭, 빌 게이츠가 한 곳에 모여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시간의 정원’ 위인들과 함께 서서 미래 자신의 모습을 꿈꾸게 한다.

캠퍼스 외부공간의 중심이자 클라이맥스 공간은‘비슬노벨가든’이다. 물의 공간(132mX6m)에는 캠퍼스의 랜드마크 11층 대학본부 건물이 반영(反影)된다. 본부건물의 길이는 물의 거울을 통해서 확장되어 드라마틱하게 보인다. 석학들의 벤치에는 노벨수상자 조형동상이 앉아있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앉아서 노벨상의 영광을 생각하는 명상의 장소다.

◆ 캠퍼스 건축공간-통섭의 축(Consilience AXIS)

캠퍼스의 정점은 대학본부동 고층의 수직성에 대비되는 수평적 건축인 캠퍼스의 하이라이트 통섭교육 공간 ‘컨실리언스(Consilience)홀’이다. 370m 길이의 건물 안은 통합공간의 강렬한 내부공간의 축이다. ‘컨실리언스홀’은 전공 학부 동선을 남북으로 연결한 건물이다. 강의실, 교수실, 지원 후생시설 등 다양한 기능이 3개 층의 아트리움 공간으로 통합된다. 컨실리언스 수평공간에서는 경계, 벽, 단절, 분리를 없애고 밝은 빛, 소통, 투명, 통섭 연속공간으로 설계하였다. 컨실리언스는 통섭(統攝)으로 풀이된다.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범(汎)학문, 서로 다른 것을 묶어 새로운 것을 이룬다는 DGIST의 융복합 정신을 건축공간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건축 작품은 2015년 대구시건축상 공공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구글 사옥은 마치 도시 전체 기능이 거대한 투명 그린 루프(Green Loop)로 통합된 하나의 내부공간이다. ‘캠퍼스-2’라고 이름붙인 애플 사옥도 1만3천명의 연구원이 상주하는 8만평 규모로 거대한 원형 고리의 통합공간으로 설계된 유니버설 스페이스다.

◆ 도서관-뫼비우스 띠

기원전 존재했던 세계 최고(最古)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건물 벽면에는 ‘영혼의 안식처’라 적혀있었다 한다.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에서 유럽문명을 일깨웠던 초기의 도서관은 후일 대학 탄생의 기능으로 이어졌다. 유사 이래 도서관은 대학의 상징이자 중심건축이었고 21세기 도서관은 기능과 명칭,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도서관인 ‘학술정보관’은 석학들의 조형상이 모여 있는 시간의 정원을 앞두고서 유리건물 한 점(Period)으로 존재한다. 축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길이의 연속성에서 벗어나 시간이 정지한 듯한 점의 건축이다. 학술정보관은 시작이 없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뫼비우스 띠 형상의 타원형 건축이다. 6층 높이의 비워져있는 내부공간(Void Space)에는 ‘지식의 클라우드’가 떠 있고 ‘자유상상’으로 채워지는 DGIST 캠퍼스의 지식의 안식처다.

건축가·한터건축 대표·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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