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열여섯의 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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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8   |  발행일 2019-11-08 제42면   |  수정 2019-11-08
아슬아슬한 경계 넘나드는 미완의 청춘들
20191108

중국 본토의 집에서 홍콩에 있는 학교까지 매일 국경을 넘나들며 통학하는 열여섯 류즈페이(황야오). 이번 크리스마스엔 절친 조(탕지아원)와 함께 생애 첫눈을 보러 일본 여행을 계획한다. 이를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착실히 돈을 모으고 있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 류즈페이는 우연히 하오(순양)의 밀수조직에 합류해 홍콩에서 중국으로 아이폰을 배달하는 일을 시작한다. 교복 차림에 평범한 학생으로 보이는 덕에 별다른 의심 없이 세관을 통과하는 그녀는 밀수조직 입장에선 누구보다 완벽한 운반책인 셈이다. 류즈페이 역시 범죄라는 생각보다는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쁨에 도취되어 있다. 배달량을 늘리며 대담함을 보이는 그녀에게 급기야 총 배달 제안까지 들어오자 하오는 “누구도 믿지 말라”며 “결국 남는 건 나 자신뿐”이라고 경고한다.

‘열여섯의 봄’은 평범한 열여섯살 여고생 류즈페이의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순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내 꿈은 홍콩에 눈이 내리는 것”이라고 빌던 순진한 소녀의 바람은 막연해 보이는 미래의 암담함보다는 꿈을 향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을 대변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연히 아이폰 밀수라는 위험한 범죄에 가담하게 된 류즈페이는 가장 찬란한 시절을 담보 삼으면서까지 어른들의 부끄럽고 추악한 세계에 발을 내디딘다. 그녀를 보호해야 할 어른들은 오히려 “네가 딱”이라며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다.


中 본토에서 홍콩으로 매일 통학하며 아르바이트
쉽게 돈버는 아이폰 밀수이어 총 배달도 제안 받아



류즈페이가 매일 넘나드는 국경선은 중국과 홍콩 간에 형성된 지리, 역사, 현재적인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낮에는 평범한 학생으로, 밤에는 아이폰 배달부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류즈페이와 같은 캐릭터를 실제로 쉽게 양산할 수 있는 구조다. 연출을 맡은 바이슈에 감독은 이 점에 착안해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다.

감독은 이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내고자 무수히 국경을 넘으며 실존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을 거쳤다. 덕분에 여러 도시에서 이주한 이민자들의 문제를 직면하게 됐고, 이를 통해 청소년의 문제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영화는 중국과 홍콩의 국경을 넘나드는 버거운 현실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류즈페이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현시대 청춘들을 투영한다. 새로운 시선으로 그들을 해석하고, 그들의 다양한 삶과 성장기를 현실적으로 담아낸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은 그 점에서 불안정한 청춘들이자 누구 하나 완벽하지 않기에 서로에게 의지한 채 살아가는 미완의 청춘들이다.

예리한 통찰로 중국과 홍콩의 현실을 담아낸 감독은 이처럼 위태로운 경계에 서있는 청춘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류즈페이에게 모든 감정을 이입해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동요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생생히 전달한다. 류즈페이로 분한 신예 황야오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된 뛰어난 연기력으로 제43회 홍콩국제영화제, 제2회 핑야오국제영화제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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