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왓 데이 해드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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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8   |  발행일 2019-11-08 제42면   |  수정 2019-11-08
치매 환자 가족의 위기 속 끈끈한 결속력
20191108

“엄마는 집에 계시면 안돼, 적절한 곳으로 보내드리는 게 맞아.”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어머니 루스(블리드 대너)가 한밤중에 또 사라졌다는 아버지 버트(로버트 포스터)의 전화를 받은 아들 니키(마이클 섀넌)는 여동생 비티(힐러리 스웽크)에게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버트는 요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니키의 말을 한사코 거절하며 끝까지 아내를 자신이 돌보려 한다. 어머니의 거취 문제로 늘 갈등을 일으키는 아버지와 오빠를 중재하고 있지만 사실 비티의 삶도 그리 순탄치 않다. 20년 넘게 지속된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감, 딸의 학교 문제 등 그녀가 맞닥뜨린 현실만으로도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엘리자베스 촘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왓 데이 해드’는 가족에 대한 정의를 과하지 않은 진한 공감으로 그려낸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비티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 돌보는 문제로 매번 충돌하는 아버지·아들
탄탄한 시나리오…무거운 주제 불구 유쾌하게 그려



“사랑은 헌신”임을 늘 일관되게 주장하는 아버지 버트는 부부가 오랜 시간 함께 쌓아온 사랑이 무엇인지 오롯이 보여주며 영화의 중심을 단단하게 이끈다. 하지만 아내의 병환은 버트 자신은 물론, 가족의 삶까지 뒤흔든다. 맏아들 니키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절대 보내지 않으려는 아버지와 사사건건 충돌하고, 오랜만에 얼굴을 본 여동생과도 부모님의 부양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완벽한 가족은 없다. 하지만 서로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며 한 층 더 성숙하고 끈끈한 결속력을 다지는 게 가족이다. 가족의 위기가 닥쳤을 때 날카로운 신경전과 서로에게 상처 되는 말이 오가지만 결국 이를 해소하고 다시 뭉치게 되는 과정을 영화는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아픈 엄마로 인해 비티의 딸 엠마(타이사 파미가)까지 3대가 한 자리에 모였지만 정작 이 영화에서 루스의 알츠하이머는 서사의 핵심이 아니다. 자신이 누군지를 돌아보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는 가족들의 면면에 포커스를 맞췄다. 늘 아버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니키는 사실 자신을 못 미더워하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다. 그리고 누구보다 가족을 깊이 사랑한다. 사춘기 소녀 엠마는 학교 문제로 늘 엄마 비티와 갈등을 겪는다. 적성에 맞지 않는 학교에 다니고는 있지만, 좀처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몰라 주는 엄마가 그저 야속하다.

결국 이 서사의 중심은 비티다. 그녀는 이제 막 성장하는 과정 중에 있으며, 자신이 선택한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층위의 여성들을 대변한다. 엘리자베스 촘코 감독이 이 영화를 “모녀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자,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 이유다.

3대가 서로 얽혀 있고, 입장도 전부 다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시종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펼쳐낸 점도 미덕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조화를 이뤄 가족의 사랑을 또 다른 방식으로 역동적으로 빚어낸다.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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