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민간 체육회장 선거, 정치오염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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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9   |  발행일 2019-11-09 제23면   |  수정 2020-09-08

첫 민간 체육회장 선거가 ‘미니 정치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 1월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도록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된 것은 체육의 정치 예속화를 막자는 취지였다. 이런 법 취지와 달리 첫 민선 체육회장 선거가 정치에 오염될 우려가 커진 것은 심히 유감이다. 처음 하는 일에는 항상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왜 이러한 문제가 생기고, 문제를 어떻게 하나하나 해결할지는 지금부터 철저히 따져 대책을 수립할 일이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체육회와 228개 시·군·구체육회는 내년 1월15일 이전 체육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뜻밖의 큰 선거판이 형성된 셈이다. 그동안은 지자체장이 체육회장을 맡아왔다. 그러다 보니 임원 및 주요 직책에 단체장 측근들이 임명되고 이들이 단체장 선거 때마다 동원되는 일이 허다했다. 보조금을 앞세워 각 종목 단체에 작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만큼 체육관련 단체가 거대 선거조직화하는 폐해를 낳기도 했다. 엘리트 체육회와 생활체육회가 통합된 지금의 체육회만큼 많은 회원을 거느린 단체는 찾기 어려우니 선거 영향력 또한 작지않다. 이러한 반성에서 시작된 게 체육회장 민선제다.

총선 임박해 체육회장 선거가 실시되다 보니 정치오염의 유혹이 더 크다. 벌써 유력 정치인을 등에 업은 후보자가 등장했고, 당 차원에서 다수 지역에 후보를 낼 것이란 소문도 있다. 유력 총선출마 예상자나 단체장이 선거에 직·간접 개입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단체장 사전 낙점설’까지 돈다. 일부 후보는 후일 정치를 도모하기 위한 ‘스펙쌓기용’으로 회장 자리를 넘보기도 한다. 정치가 개입할 경우 정치오염은 물론 체육계 분열도 불문가지다. 후유증 또한 만만찮을 것이다. 이를 걱정해 체육계 일각에서 나오는 ‘추대 형식’도 일리있어 보이지만, 일회용일 뿐이다.

체육회가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정치인·단체장·후보 각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체육회의 자립능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치오염을 차단하기 어렵다. 예산의 80% 이상을 지자체에 의존하는 현 구조로는 독립성 확보가 불가능하다. ‘지원 하되 간섭 않는’ 선의(善意)에만 기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지자체의 체육회 지원방식이 의무사항이 되도록 법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 지자체는 재정 운용에 대한 책임을 체육회에 물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당연하다. 당장 법 제정이 어려우니 이번 만큼은 엄정한 선거감시 기구부터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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