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보수가 진짜 大통합하려면…

  • 송국건
  • |
  • 입력 2019-11-11   |  발행일 2019-11-11 제30면   |  수정 2019-11-11
정당통합은 원상복귀 불과
광장의 시민사회단체 등도
함께나가야 비로소 대통합
한국당 내부통합 선행되면
안팎에서 진짜대통합 완성
20191111
서울본부장

보수통합이 공론의 장(場)에 올라 왔다. 정치권의 보수진영은 내년 4·15 총선 단일대오 형성을 목표로 여러 갈래로 통합 논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보수통합은 진정한 ‘대(大)통합’이라기보다는 원상복귀만을 위한 ‘소(小)통합’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황교안 대표의 자유한국당과 유승민 대표가 이끄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조원진·홍문종 공동대표의 우리공화당이 통합대상으로 꼽힌다. 변혁의 경우 소속 국회의원 15명 중 안철수계(국민의당 출신) 7명을 뺀 유승민계(바른정당 출신) 8명만 해당한다. 그나마 변혁과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정반대 입장이어서 벌써부터 으르렁거린다. 그런 난관들을 뚫고 한국당-변혁의 유승민계-우리공화당이 합치더라도 보수정당 통합이지, 보수대통합은 아니다. 탄핵 이전에 한 솥밥을 먹었던 정치인이 선거를 앞두고 다시 뭉치는 것뿐이다.

보수통합에 ‘대(大)’가 붙으려면 정치권 밖의 보수세력까지 총결집해야 한다. 정파(政派)를 형성하지 않은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우파 논객들과도 대통합 논의가 필요하다. 그들이 조국 사태 때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성난 민심을 표출하는 데 앞장섰다. 광장의 에너지를 살려나가기 위해서도 보수정당이 그들과 함께 가야 한다. 그들에게 공천을 줘서 보수정치 진영에 편입시키란 말이 아니다. 정치권 안팎의 범보수가 치열한 논의를 거쳐서 지향점을 만들고 하나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진보세력은 그렇게 한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정치권 안팎의 범진보가 하나의 지향점을 만들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조국 사태 때 청와대와 민주당뿐 아니라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 유시민·공지영·김어준·주진우 같은 좌파 논객들이 똘똘 뭉쳐서 방어막을 쳤다.

보수통합은 함께 하는 세력의 범위, 규모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진짜 통합’이 돼야 한다. 현시점에서 진짜 통합된 보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한국당의 내부 결속이다. 한국당 안에는 여전히 ‘친박’ ‘비박’이 있다. 황교안 대표 체제에선 ‘친황’ ‘비황’ 얘기도 나온다. 탄핵국면에서 나갔다가 돌아온 복당파(김무성 전 대표 등)와 잔류파 사이의 앙금도 여전하다.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의원 같은 차기 대선주자급들은 그들과도 따로 논다. 박형준 전 의원(동아대 교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같은 과거 친이(親이명박)계들은 장외에서 방송토론 등을 통해서만 보수의 가치를 논한다. 과거 같은 식구였지만 지금은 한국당이 아예 외면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무소속 유력 정치인들(원희룡 제주도지사 등)도 있다.

최소한 보수와 진보의 명운을 가를 총선을 앞두곤 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 진보정당은 그렇게 한다. 앙숙이던 이재명과 김경수·양정철이 어깨동무를 한 사진은 진보의 총선용 연출이다. 경기도지사 후보직을 놓고 친문을 대표해 이재명과 진흙탕 싸움을 했던 전해철이 지사직 상실 위기에 빠진 이재명을 위해 대법원에 탄원서를 낸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당은 정당 대 정당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보려면 정당 안의 통합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진짜 보수대통합’이 된다. 간단하진 않다. 정치권 안은 안대로, 바깥은 바깥대로 생각들이 여러 갈래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가 겹치는 곳이 많은 정당들은 자기 밥그릇을 뺏길지도 모르는 판이다. 시민사회단체나 논객들 사이에서도 탄핵책임론 등을 놓고 조금씩 생각의 차이가 있다. 보수우파가 작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문재인정권의 독선과 독주를 막을 방법은 없다.서울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