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탄핵 이후 길 잃은 20대 국회

  • 이은경
  • |
  • 입력 2019-11-11   |  발행일 2019-11-11 제30면   |  수정 2020-09-08
탄핵이후 여야 바뀐 20대 국회
역할인식 혼돈 속 생산성 최악
집권여당, 보수野 적폐로 간주
야당은 與 독선적인 국정 성토
차기총선 통해 국회 재편 기대
20191111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내년 4월 총선을 향한 여야 정당들의 일정이 시작되고 있다. 혁신과 미래를 내걸고 총선기획단을 구성해 발표한다. 집권여당은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한 총선을 말하고, 보수 야당들은 보수 재건과 대통합을 당면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소수 세력들은 제3지대 신당을 출범시키겠다고 한다. 각 정당들의 과제도 있지만, 마무리돼 가는 20대 국회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20대 국회를 두고 여야 모두 상대에게 책임을 돌리며 생산성 최악의 국회라고 한다. 여당은 야당의 발목잡기로 개혁의 제도화를 전혀 진전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당장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이 걸려 있다. 야당을 적폐로 몰면서 일방적으로 국정운영을 이끌어가려 했던 여당 자신에 책임이 있다고 야당은 성토한다. 사실 20대 국회는 탄핵을 거치며 여야 관계가 바뀌었다. 탄핵의 후유증과 교체된 여야의 역할 인식 혼돈이 20대 국회, 나아가 문재인정부의 국정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다.

2016년 5월 말 시작한 20대 국회는 여소야대의 다당체제였다. 이 여소야대의 국회 구조가 국정농단을 규명하고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게 했다. 우리 정치사에서 기록될 만큼 역동적으로 20대 국회는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정권이 교체됐다. 문재인정부의 집권으로 제1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이 되었다. 여야가 바뀌었지만, 다당체제에서 여전히 여소야대 구조였다.

문재인정부의 집권여당은 야당과 함께하는 협치를 내걸었다. 대통령 취임 첫날 야당 대표를 방문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론은 보수 야당을 적폐 무리로 간주하게 만들었다. 적폐와 협치는 공존하기 어려웠다. 협치 전략 없는 협치 구호가 되고 말았다.

집권 초기는 협치가 아니더라도 높은 지지율로 국정을 이끌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입법 과제와 마주하게 되면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협치가 불가피했다. 전략 없는 협치는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그럴수록 집권여당은 보수야당을 적폐로 공격했고, 야당은 유례없는 독선적 정권이라고 성토했다. ‘국민의 당’이나 소수 야당들과의 공조로 일부 입법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반복돼온 여야 교착상태가 탄핵 이후 20대 국회의 모습이었다.

여야 교착 상태에서 협상과 타협의 궁극적인 책임은 집권여당에 있다. 안타깝게도 싸우는 야당에서 책임지는 여당으로 역할 인식 전환을 하지 못했다. 저항하고 비판하는 야당이 아니라 대의제도에서 책임지는 집권여당이다. 서초동에서 검찰을 성토할 일이 아니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집권 정부로서 응답하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야당 시절의 전투적 에너지를 집권세력의 국정 에너지로 전환시키지 못했다. 더구나 열린우리당 시절의 실패에 대한 반작용으로 만들어진 당의 이견 봉쇄 분위기는 당을 오히려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대통령제에서 야당은 견제하는 야당과 발목잡는 야당이라는 평가를 오갈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에는 일부 소수 야당들이 집권당의 우당(友黨)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현행 대통령제에서 야당은 대안 야당으로 차기를 기대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탄핵으로 몰락했던 자유한국당, 탄핵 이전에 구성된 원내 의석을 그대로 유지한 채 20대 국회를 보냈다. 한 때 여당의 실패에도 위기감을 줄 수 없는 야당이라는 의미에서 ‘야당복’이 있다는 말도 여당에서 나올 정도였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경쟁력 없는 야당은 민주주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대안 야당의 과제로 보수대통합을 내걸고 있다. 구호대로 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변수지만, 탄핵에 대한 책임있는 성찰없이 그 강을 넘어 대안 야당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탄핵 후유증과 역할 혼돈으로 교착상태를 반복했던 20대 국회, 결국 5개월 뒤에 치르게 될 차기 총선을 통해 재편되길 기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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