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허리 펴질 기미 안보인다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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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2   |  발행일 2019-11-12 제1면   |  수정 2019-11-12
전체 취업자 늘었지만 30∼40대 허리층은 19만2천명 줄어
“자영업도 포화상태라 갈 곳 없어…외환위기 때보다 심각”
20191112

취업준비생인 김모씨(31·대구 달서구)는 3년 동안 직장을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 허사였다. 2016년 지역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 문을 노크했지만 이력서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탓에 고용주가 부담을 느껴 최근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뒤늦게 경찰공무원 준비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열심히 취업 준비를 했지만 서류전형조차 통과하기 어려웠다”며 “조금 더 일찍 공무원 준비를 시작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30~40대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9월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취업자는 2천740만4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만8천명이나 크게 증가했지만 30대와 40대 취업자는 오히려 각각 1만3천명과 17만9천명이나 줄어들었다. 늘어난 것은 주로 정부 주도의 단기 일자리인 만 60세 이상 일자리(38만명 증가)였다. 50대도 11만9천명 늘어 둘째로 증가폭이 컸다.

또 지난 8월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7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30∼40대 취업자가 도소매업과 교육서비스업, 제조업, 사업지원서비스업, 건설업 등에서 전년 동월 대비 38만6천514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부동산업 40대 취업자 감소폭(-2만9천573명)과 숙박음식점업 30대 취업자 감소폭(-1만166명)을 더하면 30~40대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40만개를 넘어선다.

가장 감소폭이 큰 업종은 편의점이나 옷가게 등 자영업자가 포진한 도소매업이었다. 도소매업에서 30대 취업자는 6만2천51명, 40대 취업자는 7만5천156명 등 모두 13만7천207명 감소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는 구조조정 당한 30∼40대가 도소매업이나 사업지원서비스업 등으로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자영업도 포화상태인 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직원을 고용하지 않아 젊은 층이 갈 곳이 없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30~40대 일자리 문제는 정부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가장 못한 부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일자리”라며 “체감 성과가 낮은 게 현실이어서 좀 아프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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