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배보스 생활 접고 목회자로 새 삶 “그릇된 길 가는 사람들 보듬어 주고파”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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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3   |  발행일 2019-11-13 제10면   |  수정 2019-11-13
‘용팔이’로 유명한 김용남 목사
고령 모 교회서 인생사 들려줘
폭력배보스 생활 접고 목회자로 새 삶 “그릇된 길 가는 사람들 보듬어 주고파”
‘용팔이’ 김용남 목사가 고령의 한 교회에서 설교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남 목사측 제공>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사건의 주범 ‘용팔이’로 잘 알려진 김용남 목사(70). 조직폭력배의 보스였다가 목회자로 새 삶을 살고 있는 김 목사가 12일 고령 한 교회에서 열린 간증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현재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강남사랑의 교회’ 담임목사다. 그의 명함에는 ‘담임목사 김용남(용팔)’이라고 돼 있다. 여전히 자신을 용팔이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자신을 형님처럼 믿고 따르는 고령의 유명배 목사의 요청에 따라 이날 고령에 왔다. 김 목사는 이날 조직폭력배로 살아온 과거부터 하나님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2002년 개신교에 귀의해 전도사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요즘은 주로 자신이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면서 이날처럼 자신을 찾는 곳에 가서 설교를 하기도 한다.

특히 그는 예전에 자신이 걸었던 길을 걷고 있는 비행청소년이나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화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대를 잘못 만났거나 부모를 잘못 만나 그릇된 길을 가는 사람이 많다”며 “우리가 그들을 보듬어줘야 한다. 그러면 바른 길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자신에게 비행청소년이나 전과자 교화를 위한 역할이 더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에게 현 정치상황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니 짧으면서도 강한 어투로 “요즘 건달은 의리가 없다. 정치도 의리가 없다”며 “초·중등학생이 정치를 해도 지금보다는 낫겠다”고 답했다.

1950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그는 25세이던 1975년 ‘전주파’의 두목이 돼, 전주파를 국내 최대 폭력조직으로 키웠다. 그가 일반인에게까지 알려진 것은 ‘용팔이 사건’ 때문이다.

1987년 4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끄는 통일민주당 창당대회를 조직폭력배가 방해한 사건이 있었다. 100여명의 폭력배가 민주당 지구당 창당대회장마다 각목과 쇠파이프를 들고 나타나 당원을 구타하고 기물을 파괴하며 창당을 방해했다. 그때 조직폭력배를 이끈 사람이 김용남이었다. 조직폭력배가 정치에 동원된 대표적 사건으로 불린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1993년 용팔이 사건 재조사 때, 강력한 야당 출현을 막기 위해 장세동 당시 안기부장이 신민당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해 사주한 일임이 밝혀졌다.

김용남 목사는 1997년에 쓴 ‘용팔이’란 책에서 당시 야당의 거물들이 자신에게 “김 동지,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해 주셔야겠소"라고 해 믿고 따랐으나 이게 안기부의 공작임을 알고 크게 분노했다고 적었다. 김진욱기자 jwoo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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