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힘들어도 독특한 아름다움에 자부심” 천연염색 갈옷 명장 이재란씨

  • 글·사진=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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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3   |  발행일 2019-11-13 제10면   |  수정 2019-11-13
“몸은 힘들어도 독특한 아름다움에 자부심” 천연염색 갈옷 명장 이재란씨
전통천연염색 갈옷명장이 된 이재란 갈옷매니아 대표.

천연염색에 혼을 담은 이재란씨(49·대구 달서구 본동 갈옷매니아 대표)는 지난 7월에 전통천연염색 갈옷명장이 됐다. 천연염색은 작업할 때마다 무색천이 다양한 문양으로 변신해 그를 설레게 한다. 손수건 한 장에도 같은 문양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천연염색의 매력이다.

이 명장은 20대 후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재능을 살리기 위해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둘째 아이를 업고 서울 동대문시장 한복 상가에 다니면서 일거리를 찾던 중 아르바이트로 한복 천에 그림을 그려주는 일을 했다. 부업이지만 임금은 낮았다. 그림공부를 제대로 하고자 문화센터를 찾았다. 2000년에 천아트 붓그림 1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 대학에서 시각디자인 공부를 했다. 그 후 대구로 이사를 해 문화센터에서 천아트 강의를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천연염색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흔치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작업장이 없어서 달서구 도원동 삼필봉 자락에서 천연염색을 하기 위해 감물 한 말을 들고 5년간 산자락을 오르내리면서 고생을 했다. 한겨울에 특별한 염색 작업을 하기 위해 여자의 몸으로 말통을 들고 힘든 작업을 한다는 것은 그 일에 미치지 않고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다.

염색작업은 한겨울에는 손이 시리고, 여름 장마철에는 곰팡이가 필까 봐 노심초사한다. 해가 나면 빨랫줄에 널었다가 먹구름이 몰려오면 염색 천을 거두어야 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힘든 작업으로 몸은 고달파도 작업 후 신기할 만큼 다양한 문양에 혼을 빼앗길 정도로 색상이 아름다워서 그 맛에 지칠 줄 모르고 염색에 정열을 바쳤다.

고생 끝에 입소문이 나자 불교용품 상가에서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밀려오는 주문에 기한을 맞추느라 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작업에 빠져들었다. 몸고생을 덜기 위해 작업장을 청도 화양으로 옮겼다. 빛도 좋고 발색(감물 특유의 색)이 잘 되었지만 장소가 협소해 다시 가창으로 작업장을 옮겼다. 20여 년 동안 공방에서 천아트 수업을 하고 있다. 천아트 수강한 제자 중에는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대구 근교에서 공방도 많이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고생 끝에 얻은 ‘명장’이란 타이틀에 흠이 가지 않도록 자부심을 가지고 독특한 염색과 문양을 연구하는 데 매진을 하고 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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