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국민 81%가 세대교체 원해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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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3   |  발행일 2019-11-13 제30면   |  수정 2020-09-08
대한민국 현재 모습 아비규환
서로 증오하며 개미지옥 빠져
획기적인 대전환 없으면 자멸
확실한 물갈이 성공 세력만이
내년 4월 총선 승리 거머쥘 것
20191113
황태순 정치평론가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6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세대교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총선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둔 전초전이기 때문에 여야 모두 이런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행 1구1인 소선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정치권은 지속적으로 국민의 물갈이 요구에 나름 호응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5대 총선이 있었던 1996년 선거다. 당시 집권당의 김영삼 대통령은 ‘3김 시대의 종식’을 겨냥해 이회창 전 총리를 비롯하여 이재오, 김문수 등 운동권 출신의 신진기예들을 대거 영입하여 물갈이에 성공했고 선거도 승리했다.

김대중 총재는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때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들이 정세균, 추미애, 정동영, 천정배 등이다. 물론 김대중 총재가 15대 총선에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확실한 물갈이를 통해 당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 다음해인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꺾고 50년 만의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김대중에 이어 노무현에게까지 패배했던 보수정당 한나라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또 한 번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는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박근혜 대표는 승부수를 던진다. 첫째는 천막당사다. 그 점잖은 양반들이 들판으로 나선 것이다. 둘째는 공천 자체를 아예 김문수 의원에게 일임하고 절대 간섭하지 않았다. 결과는 100석도 안 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깨고 121석을 얻는 선전이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을 주름잡는 세력은 크게 두 부류다. 첫째는 1996년 15대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던 이들이다. 이들은 사반세기 넘게 여의도를 지키면서 어느덧 완고한 원로가 되어있다. 둘째는 2004년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대거 입성한 386 운동권이다. 이들도 내일모레면 환갑이니 뜨거운 열정의 청년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세월의 흐름이다.

우리 국민은 지난 10여 년 너무나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왔다. 두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는 모습을 봤다. 그 중 한 대통령은 기어이 헌재의 탄핵으로 현직에서 쫓겨나는 비극적 광경도 봐야만 했다. 지금도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이다. 그렇다고 뭐 달라진 것이 있는가. 지금 대통령은 과연 국민으로부터 깊은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가.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은 아비규환의 그곳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있다. 서서히 개미지옥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자기만 살겠다는 아우성이 난무한다. 황금만능주의와 패배주의가 뒤섞인 채 사회 전체가 시들어가고 있다. 획기적인 대전환의 폭발이 있지 않고는 공동체로서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해있다.

문재인 대통령이든 황교안 대표든 이번 총선에서 확실한 물갈이에 성공하는 세력이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 사실 국회의원 한 사람 잘라내기는 대통령 탄핵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집권여당은 그래도 사정이 조금 낫다. 사퇴를 요구하면서 자리를 미끼로 회유도 할 수 있고 사정기관을 앞세워 협박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야당에서 그것도 카리스마가 부족한 리더십으로는 언감생심이다.

2004년 최병렬 대표를 비롯한 중진들을 대거 퇴장시켰던 한나라당의 박근혜-김문수의 공천, 2016년 이해찬 전 총리를 탈락시켰던 김종인의 칼질, 이런 예전의 사례들을 모범으로 공천 물갈이에 성공하는 세력이 내년 총선의 승자가 될 것이다. 승리의 비결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에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의 81%는 물갈이와 세대교체를 원한다.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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