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항지진특별법 제정 늑장부리기는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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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3   |  발행일 2019-11-13 제31면   |  수정 2020-09-08

현 정부 들어 경북 동해안에서 대형 인재(人災)형 사고가 유독 많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독도헬기 추락사고와 지난해 7월 해병대 마리온 헬기 추락사고, 2년 전 포항지진 등이 그렇다. 사고 때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해온 젊은이들이 죽어나가고, 생활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생고생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대처는 안일하기 그지없다. 헬기사고 열흘을 넘기고 나서야 국무총리가 나타나 사과를 했다. 정부의 늑장 대처에 매번 유족이나 실종자 가족, 지진피해 이재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도 정부의 차별적인 행태에 많은 반감을 갖고 있다. “사과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일갈(一喝)한 실종자 가족의 외침은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정부가 국민을 보호함에 있어서 시기를 놓치면 그 정부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분통으로 대체된다.

오는 15일이면 포항 지진이 발생한지 딱 2년이 된다.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많은 경제적 피해와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아직도 다수의 이재민들이 흥해 실내체육관과 이동식 컨테이너 임시주거시설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 판이다. 정부조사단은 포항지진이 국책사업인 지열발전 과정에서 촉발된 인재라고 발표한지 오래다. 그 이후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나서 지진특별법 제정과 피해구제에 대한 약속을 수없이 되풀이해왔다. 이들의 공언은 지금까지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있다. 여야의 홍의락(대구 북구을)·김정재(포항북구)·하태경 국회의원(부산해운대구갑) 등이 포항지진 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장기간 표류중이다. 볼썽사나운 부분은 여당과 야당이 손해배상금 조항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지진이 국가의 불법행위인지 아닌지 여부가 왜 법안 제정을 미적거리게 하는 쟁점이 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포항시민들은 지금 정치인들의 무사안일 행태에 많은 분노감을 표출하고 있다. 지진 이후 포항에선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인구가 빠져나가는 등 경기위축이 심상치 않다. 포항경제는 동해안 경제 전체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된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미룰 자격이 없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무조건 처리를 해야 한다. 법안 제정 표류가 올해를 넘기고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만약 이런 사태가 온다면 동해안 주민은 물론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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