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의 시중세론] 대학수능시험과 대구경북 휴스타 사업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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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5   |  발행일 2019-11-15 제22면   |  수정 2020-09-08
거액 투입해 우수인재 양성
대구시·경북도 휴스타사업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
지역 학생들 선택받으려면
지속적인 개방·유연성 필요
[최철영의 시중세론] 대학수능시험과 대구경북 휴스타 사업
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어려운 시험을 무사히 치른 우리 아이들에게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제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결과에 따라 진학할 대학을 결정해야 한다. 우수한 우리 지역 학생들이 지역의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지역대학에 진학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똑똑한 요즘 아이들이 어른 말을 듣고 자신의 마음에 없는 결정을 할 리도 만무하다. 결국 지역 대학이 지역 수험생들이 진학하고 싶은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게 걱정이다. 서울이라는 지역 그 자체의 매력을 능가할 끌림 있는 대학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에 가지 못해 지역에 ‘남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선택받으려면 선택받지 못하는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 구태의연한 지역 대학이 파격적으로 변해야 한다. 우리 지역의 학생들이 지역대학의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구경북의 대학이 모두 그렇고 그런 대학이라는 인식을 학생들이 하고 있다면 대학의 미래는 없다. 이 점에서 지역대학의 반성이 필요하다. 이미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다. 내년에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인식변화는 더 급격하다. 2000년대생 제트(Z)세대는 오리지널 디지털 세대다. 인터넷 세상이 현실의 세상보다 더 친근하고 실상의 현실보다 가상의 현실에 더 오래 머문다. 하지만 지역 대학들은 여전히 20세기적 나태함에 머무르고 있다.

대학은 빛의 속도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몸집을 줄여야 한다. 이미 규모로 경쟁하던 시대는 끝났다.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이 덩치만 크지 인재배출 규모는 서울 명문대학의 단과대학보다 못하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그만도 못한 지역사립대학은 말할 처지도 아니다. 지역 전체를 보고 대학의 유사 중복학과를 통합하고 줄여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학과, 융복합학과를 개설해야 한다.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65%는 대학 졸업 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앞으로 10~20년 사이에 47% 정도의 일자리가 자동화된다는 예측이다. 산업혁명 후 지속되던 삶의 패턴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주저하는 지역 대학에 동기가 필요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역관점 우수혁신인재 양성사업인 휴스타(Hu-Star) 사업을 통해 그 계기를 만들었다. 5년 동안 1천억원의 지역 예산을 투입해 인재를 양성하는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이다. 매달 생활비가 지원되고 물산업, 로봇산업, 의료ICT, 미래형 자동차 분야 지역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우선적 기회가 부여된다. 단순 현장인력이 아닌 현장을 혁신할 최고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 기업의 전문가와 대학교수들이 협업하고 있다. 지역의 대학에는 휴스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융복합학과가 생긴다. 이들 대학은 우수한 지역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쇠퇴할 것이다. 지역 관점에서 우리 지역이 선택한 미래산업의 인재를 만드는 휴스타 사업이 국가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배경이다. 교육부도 대구시와 경북도의 혁신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내년에 전국을 대상으로 대구경북형의 대학혁신사업으로 대규모 예산을 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휴스타 사업이 현재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지속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적인 TED 강좌가 세계 각지의 TEDx, 의료분야 TEDMED, 청년과 교육분야 TED-Ed로 진화하듯이 휴스타도 외연 확대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특히 인문사회계의 휴스타 프로젝트는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기획하고 추진할 최고 정책 인재들이 지역을 모르는 수도권 인재로 채워져서는 안된다. 감성과 윤리관, 의견충돌을 조정하는 능력과 책임감을 통해 해답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휴스타 시즌2-소셜에볼루션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지역 대학이 휴스타 오리지널과 소셜에볼루션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의 선택을 받길 기대한다.

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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