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任·金의 메시지에 먼저 답하는 당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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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9   |  발행일 2019-11-19 제31면   |  수정 2020-09-08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17일 거의 동시에 발표된 두 사람의 불출마 선언은 이들의 정치적 비중은 물론이거니와 내용에서도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누구든 자신을 버리고 떠날 때 던지는 말 한마디가 진정성 있게 들린다. 두 사람의 불출마 메시지 역시 틀린 말 하나 없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정치권을 향한 고갱이 같은 충언에 이제 여야가 답할 차례다. 그런데 벌써 두 사람을 폄훼하려는 행태들이 나오니 최악의 20대 국회에 건 마지막 기대마저 거둬야 할 판이다.

김세연 의원의 말은 다소 충격적이다. 민주당 소속 어느 의원이 했다 해도 과하다 할 만하다. ‘한국당 존재 자체가 민폐’ ‘한국당 이제 수명 다했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의원 전원 물러나고’ ‘당 해체해야’‘생명력 잃은 좀비같은 당’이라고 했다. 한국당의 총선전략을 책임지는 여의도연구원장의 발언이기에 파장이 더 크다. 밑바닥 여론에 민감한 총선전략 책임자이다 보니 김 의원은 ‘이대로 가면 총선결과 뻔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충격요법을 쓴 이유가 이해된다. 보수정당의 활로(活路)는 이미 나와있다. 혁신과 통합 아닌가. 그게 지지부진하다. 이를 바꿀 동력을 당내에서는 도저히 찾지 못해 그가 선택한 길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김 의원과 달리 당과 각을 세운 것이 아니지만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당내 인적 쇄신을 겨냥했다는 것에는 이설(異說)이 없다. 쇄신의 타깃으로 친문, 청(靑)출신 출마예정자, 586세대 정치인 등이 거론된다. 말로써는 안 되니 그 역시 스스로를 내려놓은 듯하다.

민주당이나 한국당의 분위기는 애써 냉랭하다. 두 사람의 메시지를 외면하는 듯하다. ‘내부 총질’이란 인식마저 팽배하다. ‘나만 당선되면 된다’는 생각에 복지안동(伏地眼動)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두 사람의 고뇌에 찬 결단이 결코 헛수고가 돼선 안 된다. 우리 정치에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김세연 의원의 말처럼 ‘완전히 새로운 기반, 기풍, 정신, 열정, 사람들로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가능하다면 이번엔 살생부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용퇴의 용단이 각 당에서 이어지면 금상첨화다. 그게 임종석·김세연의 나비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고 인적쇄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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