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한미연합연습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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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0   |  발행일 2019-11-20 제31면   |  수정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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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11월17일 한미 양국은 내달 중 계획되었던 연합공중연습의 연기를 전격 결정했다. 협상 파기 운운하는 북한 압박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다. 북한은 최근 부쩍 한미연합연습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13일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연합공중훈련을 거론하며 미국의 분별없는 행태에 수수방관할 수 없다며 미국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 다음날,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외교협상 촉진을 위해 한미연합연습 조정 가능 의사를 밝혔다. 이에 김영철은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에 화답했다. 즉,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면서 연합연습의 영구중단을 기정사실화했다.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응징으로 대답할 것이라며 협박했다.

북한은 줄곧 자기들의 핵 개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며 미국에 그 책임을 전가해왔다. 주한미군은 북침을 위한 것이고 한미연합연습도 북침 핵전쟁연습이라며 중단을 요구해왔다. 따라서 북한에 핵포기 요구에 앞서 미국이 먼저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연합연습 중단 등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자기들과 평화협정을 맺으라고 요구했다. 그래야 핵포기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집해온 것이다. 북한 주장대로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미가 연합으로 북한을 공격한 일이 있는가? 전혀 없다. 북한은 자기들의 핵 개발 합리화를 위해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연습이라는 거짓 구실을 들고나서는 것이다. 작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연합연습의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트럼프는 그 자리에서 이를 수락한 것 같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연습은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미친 짓”이라며 연습 중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과연 동맹국 대통령으로서 한국과 사전협의도 없이 그런 발표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믿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이후, 금년 들어 한미가 연례적으로 진행해오던 키리졸브(KR), 폴 이글(FE), 을지프리덤가디언(UFG) 3대 연습이 중단됐다. 물론 한국군 단독 연습을 강화하고 연합연습의 명칭을 바꾸고, 소부대연습 위주로 진행되었지만, 한미연합억제력의 약화는 불가피하다. 이렇게라도 해서 북핵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현재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다. 북한은 비핵화협상을 구실로 이참에 한미연합연습의 완전 중단을 기도하고 있다.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주한미군의 철수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분단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고 있는 대남적화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여건 조성의도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연합연습은 정상 진행되어야 하며 흥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로 첫째, 연합연습은 한미동맹의 근간이다. 북핵·미사일 위협이 존재하는 한 연합억제력은 필수이다. 억제력은 연합훈련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한미연합연습은 연례적·방어적 연습이며 북침 전쟁연습이 아니다. 이는 북한도 잘 알고 있다. 셋째, 연합연습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이루어지는 합법적 연습이다. 반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불법행위이다. 불법적인 북한 핵과 합법적인 연합연습의 교환 운운하는 것 자체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타결 과정에서 북한은 팀스피리트 연습의 영구중단을 요구했다. 영구중단이 어렵다면 1992년 한해만이라도 중단하라고 물러섰다. 평화를 합의하는 마당에 화약 냄새를 풍길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당시 정부는 북한 요구를 수용하여 1992년도 연습을 중단했다. 하지만, 또다시 1993년도 팀스피리트 연습 중단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북한은 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을 백지화시켰다. 이후 팀스피리트 연습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북한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어가는 현 상황에서 한미연합연습만 중단되고 동맹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우(愚)를 범치 말아야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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