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건설용 모래’ 수급 불안정 장기화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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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1 07:14  |  수정 2019-11-21 14:50  |  발행일 2019-11-21 제12면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서 골재 채취 전면중단
민간건설현장 강원 모래 사용
육상모래 ㎥당 값 안정기 2배
업계 “합천 적포지구 퇴적 과다
홍수예방 차원 골재 채취해야”
20191121
낙동강 지류인 황강(왼쪽 하단에서 복판으로 흐르는 물줄기)이 본류와 만나는 합천군 적포지구가 한눈에 보인다(황강 상류 쪽에서 드론 촬영). 황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모래가 본류에 합쳐지지 못하고 4대강 사업 이후 10년 가까이 어귀에 쌓이면서 물길은 병목처럼 좁아졌고 강둑(좌우의 흰색 도로) 안에는 거대한 모래톱이 형성돼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수중골재협의회 제공)

영남지역 건설용 모래 수급 불안정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낙동강 하천골재 채취는 이명박정부 ‘4대강 사업’ 이후 전면 중단돼 있는 데다 최근 재개된 남해안 바다골재 채취는 물량·용도가 한정돼 있어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재업계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중단된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 바다골재 채취가 지난 7월부터 재개됐다. 하지만 채취물량이 당초 국토교통부 골재수급계획상 허가예정물량(400만㎥)의 27.5%인 약 110만㎥에 불과하다. 그나마 용도도 민수용이 아닌 항만 매립 등 공공용으로 한정돼 있다. 하천 및 바다 모래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민간 건설현장엔 천연모래(하천모래+바다모래+육상모래) 확보를 위해 강원도 고성·양양 등지 전답에서 채취한 ‘육상모래’가 바지선으로 운반되고 있는 실정이다.

육상모래는 ㎥당 약 3만원 수준의 고가에 유통되고 있다. 수급 안정 때 가격이 ㎥당 1만3천~1만5천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2배나 높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이전 남해 EEZ 바다골재가 연평균 약 1천만㎥ 공급됐다"면서 “당시 모래가격은 ㎥당 1만3천원이었다"고 했다. 이마저도 수요물량을 맞추지 못해 부족분은 대부분 석산과 공사장에서 발생한 암석을 분쇄해 만든 ‘부순모래’로 메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순모래 위주로 콘크리트를 제조하면 건설 구조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골재의 품질 확보에 한계가 있으며, 천연모래가 일정량 섞여야 안전이 담보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부순모래보다 품질이 더 떨어지는 마사토·순환모래 등 불량모래도 적잖게 시장에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낙동강 골재채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남 합천 적포지구처럼 낙동강 본류와 지류(황강)가 합류하는 지역엔 상당량의 모래가 퇴적돼 있어 골재채취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4대강 사업 이후 10년 가까이 방치된 퇴적 모래로 인해 물길이 ‘병목’처럼 좁아지고 휘어져 호우 때 주변 강둑이 패는 등 수해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선 국토교통부·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준설’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실제 2002년 8월 태풍 ‘루사’가 닥쳤을 때 황강 강둑이 터져 주변 마을과 농경지가 침수당한 전례가 있다. 해당 지자체인 합천군도 지난해 3월 ‘홍수로 인한 재해 예방을 위해 적포지구 일대를 골재채취 예정지로 지정해 달라’고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건의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하천변화모니터링 용역 결과 낙동강 본류는 ‘하도유지기준’ 지침상의 ‘준설 억제’가 필요한 ‘유지관리구역’에 해당되며, 장래 10년간 하상변동 분석 결과에서도 퇴적이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는 2016년 용역보고서를 근거로 ‘불가’ 입장을 수년째 고수하고 있다.

이에 골재업계는 “2016년 용역보고서엔 낙동강 적포지구에 대한 구체적이고 면밀한 조사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용역수행 당시보다 지금은 준설이 필요할 만큼 모래가 퇴적됐으니 현 시점에서 유지관리구역 해당 여부를 재평가해 달라"고 지난 8월 국토교통부에 재차 건의했으나 답변이 없는 상태다. 장군섭 수중(하천)골재협의회장은 “적포지구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더라도 쌓인 모래가 눈에 보이는데 국토교통부 측은 준설할 퇴적 모래가 없다고 한다"면서 “업계 스스로 전문 용역기관을 선정해 적포지구 퇴적 모래량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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