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려되는 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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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1   |  발행일 2019-11-21 제31면   |  수정 2020-09-08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어제(20일) 점심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현 정부의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단식 배경과 관련, 한국당은 여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 기류와 경제, 외교·안보 등 총체적인 국정 실패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국회 부의 시점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태다. 한국당의 반대를 예상한 여당은 다른 군소정당과 연대해 이들 법안의 강행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는 현 정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지소미아 종료(22일) 등 외교·안보도 순탄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런 실정을 바로잡을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단식이라고 한다.

지난 9월 황 대표는 대통령의 조국 법무장관 임명 강행에 반발, 청와대 집무실 앞에서 삭발을 했다. 국회의원들이 삭발로 저항 의지를 표한 적은 있지만 공당의 대표가 그것도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단행한 일은 헌정사상 처음이어서 논란이 많았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삭발현장에 와서 대통령의 뜻이라며 황 대표의 삭발을 만류하기도 했다.

야당 대표로서 황 대표의 입장과 국가를 염려하는 충정은 이해된다. 하지만 삭발에 이은 단식 투쟁이라는 극단의 정치가 초래할 부작용 등 우려스러운 부분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연장,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등 국정대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단식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당이 반대하는 이런 요구조건을 현정부와 여당에서 쉽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장기간 단식이 이어질 경우 황 대표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소통과 대화로 풀지 못하는 정치권의 구태를 언제까지 봐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여야가 서로 소통하면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받을 것은 받는, 상생의 정치를 펴야 마땅하다. 국회내에서 상호간 협치로 이뤄내야 한다. 그런데 걸핏하면 장외 집회나 삭발, 단식의 극한 투쟁을 벌여온 게 작금 한국 정치의 암울한 현주소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월 임기 3년차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극한 대립의 정치가 아닌, 대화와 소통의 정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제부터라도 여야가 좀 더 귀와 가슴을 열고, 서로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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