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체크패턴

  • 임성수
  • |
  • 입력 2019-11-22   |  발행일 2019-11-22 제40면   |  수정 2020-09-08
1980∼90년대 캠퍼스 멋쟁이 컴백
20191122
맥시멀한 사이즈의 헤링본 체크가 적용된 코트. 프라다 2019 FW 컬렉션. <출처: wgsn.com>
20191122
인도의 마드라스 체크. <출처: https://www.fibre2fashion.com>
20191122
스코틀랜드의 타탄 체크. <출처: https://www.pinterest.co.kr>

레트로 무드와 클래식 스타일의 트렌드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FW(가을·겨울) 시즌에는 체크패턴을 다이내믹하게 활용한 ‘프레피(Preppie) 룩’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누비는 체크 패턴 재킷이나 스커트에 눈길이 머물게 만든다. 그 광경을 보게 되는 누군가는 어느새 훌쩍 흘러간 시간을 거슬러 1980~90년대 학창시절 캠퍼스의 멋쟁이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패션디자인에서 ‘체크 패턴(Check Pattern)’은 클래식 스타일에 끝없이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뮤즈’와 같은 존재는 아닐까.

현대 패션디자인에 활용되고 있는 수많은 패턴들은 다양한 색상과 배치, 재조합 등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형식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된다. 체크 패턴은 기하학 패턴이면서도 클래식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디자이너나 패션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하게 선호되는 패턴 중 하나이다. 특히 최근 강하게 부각되고 있는 레트로 테마는 시즌마다 새롭게 재해석되어 체크 패턴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트렌드에 따라 화려한 컬러, 소재의 믹스, 다양한 공예적 기법, 프린트 등의 장식이 더해지면서 체크는 세련된 모던 감각과 우아한 헤리티지 감각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색상과 배치·재조합 ‘재창조’
클래식 이미지…꾸준한 인기 아이템
스코틀랜드 민족의상 탄생 타탄체크
인도 마드라스 뱃사람이 쓴 소재 패턴

2019 FW시즌 다이내믹한 패턴 활용
럭셔리 브랜드까지 가세 ‘레트로 테마’
모던 오버사이즈핏…생동감 넘치는 룩



체크 패턴은 일반적으로 ‘바둑판 무늬’ 혹은 ‘격자무늬’로 정의되는데, 격자무늬의 기원은 정확한 기록이 알려진 바는 없지만 기원전 6세기 에트루리아(Etruria)시대 이전부터 이미 사용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역사가 깊다. 체크 패턴은 직조 외에 프린트를 통해서도 표현이 가능하며, 직조의 경우 미리 염색한 실의 색상이나 굵기와 수, 간격에 따라 여러 종류의 체크 패턴의 연출이 가능하다.

체크 패턴은 탄생한 지역적 분류에 의해 크게 스코틀랜드의 타탄 체크(Scotland Tartan)와 인도의 마드라스(Madras) 체크로 구분할 수 있다.

타탄(Tartan)은 스코틀랜드의 민족의상인 킬트 스커트(Kilt skirt)에 사용하였던 체크무늬 모직물에서 유래한다. 선의 굵기가 서로 다른 3~4가지 색을 2중, 3중으로 바둑판처럼 엇갈리게 겹쳐 독특한 체크무늬를 형성한다. 여러가지 색상의 격자형 구성과 불규칙한 반복성을 나타내며, 조직은 주로 능직으로 제작되고 있다. 타탄 체크는 다른 체크에 비해 염색을 통해 구사할 수 있는 다양한 색채와 디자인이 독특하여 개성과 극적인 효과를 주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한 사랑 받는 직물 중의 하나이다. 현대에는 영국풍의 트래디셔널 스타일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마드라스(Madras)는 인도의 마드라스 지방에서 직조된 체크 패턴으로, 뱃사람들의 머리를 덮는 소재로 만들어진 것으로 식물성 자연염료로 물들인 커다란 격자무늬와 초목염에 의한 특유의 발색과 염색의 번짐에 특징이 있다. 타탄 체크가 사선 모양의 능직으로 직조된 반면, 마드라스 체크 패턴은 평직으로 제직되었다. 소재는 면직물을 주로 이용하고 색상은 채도가 높고 밝은 색 계열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얇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인디안 레드(Indian red), 인디고(Indigo), 골드(gold) 등을 중심으로 한 색상의 변화를 통해 풍부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입을수록 빈티지한 느낌을 더해가는 특징이 있다. 이들 모두 지역적 특성을 배경으로 탄생하였지만 현재에 이르러는 모든 패션 피플들에게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체크 패턴으로 발전하였다.

직조에 의해 나타나는 형태로도 체크 패턴을 분류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클래식 스타일의 체크패턴을 크게 4가지 정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스타(Star) 체크형 체크 패턴은 4개의 돌기가 있어 별처럼 보이는 체크 패턴의 통칭으로 건 클럽(Gun Club) 체크, 셰퍼드(Shepherd) 체크, 하운드 투스(Hound’s Tooth) 체크가 대표적이다.

블록(Block)형의 체크 패턴은 가로, 세로의 넓이가 같은 배열로 흰색, 검정 등의 색을 번갈아 배치하며, 바둑판과 같은 무늬가 정방형을 이루는 체크 패턴이다. 주로 여성복에 사용되며 대표적으로 깅엄(Gingham) 체크, 블록(Block) 체크, 바스켓(Basket) 체크 등이 있다.

그리드(Grid)형의 체크 패턴은 세로 줄무늬와 가로 줄무늬가 교차해서 생긴 단순한 체크 패턴이다. 윈도 페인(Window Pane) 체크, 핀(Pin) 체크, 태터솔(Tattersall) 체크 등이 대표적이다.

다이아몬드형((Diamond)의 체크 패턴은 마름모형을 이루는 격자무늬를 말하며, 아가일(Argyle) 체크와 할리퀸(Harlequin) 체크가 대표적이다. 아가일 체크 패턴은 색상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고 주로 니트 직물에 마름모꼴을 연속한 격자무늬이다. 할리퀸 체크 패턴은 16세기부터 성행한 이탈리아 가면 희극의 대표적인 코믹 캐릭터 할리퀸이 즐겨 입은 옷에서 유래된 무늬로 마름모꼴 무늬가 체크를 이루고 흑백의 대비가 있거나 다채로운 색을 섞은 체크 패턴을 말한다.

끝으로 두 가지 이상의 격자무늬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변형을 통해 새로운 구조의 배열을 보여주는 조합형 체크 패턴이 있는데, 헤링본(Herringone) 체크와 글렌(Glen) 체크가 대표적이다. 헤링본 체크 패턴은 사선무늬 직물의 일종으로 제직 형태가 청어의 뼈와 유사한 데서 유래되었다. 글렌(Glen)체크 패턴은 하운드 투스 체크와 핀 체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체크 패턴이다. 따라서 크고 작은 줄무늬가 번갈아 가며 불규칙하게 교차되어 나타난다.

2019 FW시즌은 80~90년대 패션 스타일을 재해석하면서 핫하게 떠오른 ‘프레피(Preppie) 룩’이 남성복과 여성복 전반에 든든히 포진되었다. 전통적으로 체크 패턴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활용하고 있는 버버리(Burberry), 닥스(DAKS), 아쿠아스큐텀(Aquascutum),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와 같은 브랜드 외에도 이번 시즌에는 샤넬(Chanel), 끌로에(Chloe),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Dior) 등 대다수의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체크 패턴을 적용한 아이템을 출시하면서 체크 패턴의 향연을 베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올 겨울에는 컨템포러리 스트리트웨어를 참조해 진부한 스타일은 피하고, 체크 패턴으로 스포티한 액센트를 더한 모던한 오버사이즈 핏으로 생동감 넘치고 쿨한 클래식 룩을 즐겨보자.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 참고자료

△ 2019 F/W(가을·겨울) 남성영캐주얼 컬렉션 리뷰-프레피 스트리트웨어. △ 패션 트렌드에 따른 체크 패턴 디자인 경향 분석-김미성(학위논문, 2018). △ 19~20세기 패션에 나타난 Scotland Tartan 연구-정혜정(한국복식학회지, 1998). △ wgsn.com △ google.com △pinterest.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