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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토크] ‘카센타’ 박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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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용섭기자
  • 20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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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하고 찌질한 삶 이야기, 스릴러·코미디·멜로 잘 버무려 완성”

한 달에 20만원도 못 버는 폐업 직전의 국도변 카센터(공업사)를 운영하는 재구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연히 도로 위에 떨어진 금속 조각에 펑크 난 차량을 고치면서 이를 본격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 계획적으로 도로에 금속 조각을 뿌려 타이어 펑크를 유도하고, 급기야는 도로에 못을 박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기발하고 발칙한 생계형 범죄 영업의 시작이다. 박용우가 3년 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비친 영화 ‘카센타’는 그런 얘기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자 하는 사람들의 웃픈 이야기”로 영화를 깔끔하게 정리한 그는 “이렇게만 살면 행복할 것 같고, 뭔가 세상사가 잘 풀릴 것 같지만, 그건 다 착각에 빠져 있는 생각일 뿐”이라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영화는 생계를 두고 사투를 벌이는 전쟁터가 된 시골 카센터 사장 재구와 순영(조은지) 부부의 팍팍한 서민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그 중심에서 박용우는 블랙코미디 장르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스릴러에서 드라마로, 또 코미디에서 멜로로 유연하게 장르를 넘나들며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욕심없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이 남자는 이번에도 자기 얼굴에 딱 맞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부부가 벌이는 기발하고 발칙한 생계형 범죄 영업
3년만에 돌아온 스크린, 영화보는 내내 짠한 마음
감독과 첫만남 의견 충돌, 뒤늦게 배려 알고 후회
자유롭게 연기하며 절제, 연출·편집 매우 만족감
아내 역할 조은지, 다음 작품에서도 또 만나고 싶어
쉬는동안 틈틈이 여행, 자신 알아간 소중한 시간
진심 와닿은 작품…관객에 자랑하고 싶어 조바심



▶기자간담회에서 ‘카센타’의 팬이라고 말했을 만큼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큰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짠했고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재구와 순영의 삶은 정말 비루하고 찌질하다. 단지 영화적인 설정이 아니라 정말로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소소한 이야기지만 이를 상징하는 소품과 미술, 그리고 감독님이 구축하는 드라마투르기의 완벽한 조화 덕분에 내가 출연한 영화지만 모처럼 영화에 푹 빠질 수 있었다.”

▶단편 영화 ‘봄날의 약속’을 연출한 하윤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첫 만남이 인상적이었다고 들었다.

“애정이 느껴지는 시나리오여서 직접 감독님을 만나뵙고 궁금한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자기 주장과 고집이 되게 강한 분이었다. 서로의 생각이 너무 달라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 당연히 당시 분위기도 안 좋았다. 첫 만남 후 나는 미리 계획했던 여행을 떠났는데 열흘이 지났을 즈음 감독님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시나리오를 각색해서 보내주었는데 내 의견이 거의 반영돼 있었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빼놓지 않고 말이다. 감동했다. 내 의견이 반영돼 감동한 게 아니라, 열띤 논쟁이 오고간 가운데에서도 내 얘길 다 귀담아 듣고 있었다는 점에 감동했다. 내가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너무 좋은 사람을 알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감독은 처음부터 재구 역으로 당신을 염두에 두었다고 했다. 연기에 관해 특별히 주문한 게 있었나.

“지금껏 배우로서 고수해왔던 방식은 창피하고 쓸데없는 얘기라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 모두 털어 놓고 시작하자다. 그래야만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없앨 수 있고 별다른 잡음없이 작업에 임할 수 있다. ‘카센타’ 역시 감독님과 이미 많은 얘기를 나눴기 때문에 좀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감독님으로부터 별다른 주문은 없었지만 간혹 ‘이 장면에선 힘을 좀 빼주세요’ ‘여기선 좀더 강조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정도였다.”

▶재구 캐릭터에 대한 전사(前史)가 좀 부족한 편인데 인물에 접근하기 위해 중점을 둔 게 있다면.

“지금 버전이 좀 위험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다소 (이야기가) 절제돼 있는 건 사실이다. 관객 입장에선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이해가 쉽고 작품 본연의 고급스러움이라든지 유니크함이 보일텐데 별다른 이유없이 불친절하면 이해조차 못한 상태에서 영화가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카센타’는 그런 불친절함을 장점과 매력으로 승화시킨 영화다. 내가 감독님의 연출력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인데,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줄타기를 정말 잘했다.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과 함께 재편집의 과정을 수차례 거쳤다. 보통의 경우라면 영화의 결이 나빠지는 게 대다수인데 우리 영화는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좋은 레이어가 만들어졌다. 나 또한 처음부터 그 방향에 맞춰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최대한 힘을 빼는 거였다. 내가 조금이라도 오버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자유롭게 연기하되 가급적 절제하면서 연기에 임했다.”

▶좀더 상업적인 영화로 컴백을 알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것 같은데.

“내가 아무리 자유롭고 창의적인 파트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나 역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현실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늘 하게 되는 고민이다. ‘카센타’는 이 정도면 새롭고, 스마트한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결정한 작품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여행 중에 감동을 받았고, 이런 감독님이라면 감정적으로 진실된 교류를 할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에서 결정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았다. 대작영화는 아니지만 나름 감동으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난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달콤 살벌한 여인’(2006)에 함께 출연했던 조은지 배우가 아내 순영 역이다. 그와의 호흡은 어땠나.

“사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배우로선 무조건 좋았다. 조은지 배우를 처음 본 건 임상수 감독님의 영화 ‘눈물’(2001)에서다.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됐을 때의 동영상 인터뷰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느꼈던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동영상에서 울거나 슬픈 얘기를 한 건 아니었는데 왠지 슬펐다.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오랫동안 잔상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아내 역으로 조은지 배우가 캐스팅됐다고 하니 너무 좋았다. 다음 작품에서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배우다.”

▶두 사람이 극의 8할을 이끌어갈 정도로 비중이 높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배우로서의 가장 큰 보람은 온전히 배우의 힘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때다. 우리 영화에선 그런 장면이 좀 있는 편인데 특히 후반부 재구와 순영이 방안에서 다투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본이 따로 없고 연기자들에게 모든 게 맡겨졌던 장면인데, 나는 두 사람의 다툼이 정말 개싸움처럼 보였으면 했다. 합도 필요없고 대사도 나오는대로 즉흥적으로 했다. 감독님이 어떤 타이밍이든 꼭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그래도 우리는 사람이잖아’라는 대사를 제외하면 모두 은지씨와의 애드리브로 채웠다.”

▶전보다 자유롭게 연기에 임했다고 말한 건 그런 이유도 있었을 것 같다.

“그렇다. 그리고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요즘은 모니터를 거의 보지 않는다. 어느 순간 모니터를 보는 게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쓴맛이든 단맛이든 있는 그대로를 온전히 느끼면서 연기하고 싶어졌다. 어떻게 보면 그것 역시 연기에 대한 강박이라 할 수 있는데, 솔직히 강박은 더 심해졌다. 하지만 예전의 강박이 말 그대로 강박이었다면, 지금은 즐거움으로 작용하는 긍정적인 의미의 강박이다.”

▶연기를 포함한 삶을 사유하는 방식에서도 약간의 변화가 느껴진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가.

“연기를 그동안 오래 쉬었다. 하지만 쉬는 동안 나름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쉬는 동안 틈틈이 여행을 다녔고, 그 시간은 나를 탐색하고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도 수시로 나에게 던졌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내가 연기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 작품 출연할 때마다 떨림이 있다고 했는데 여전히 그런가.

“그 떨림은 일종의 셀렘이다. 오늘 인터뷰를 앞두고 어제도 한 숨을 못잤다. 오랜만의 인터뷰라 설렌 것도 있지만, 이 영화를 하루라도 빨리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 생각이 컸다. 그래서 조바심이 날 정도로 더 설렜던 것 같다.”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내 연기적 모토 중 하나가 ‘나에게 철저히 냉정해지자’다. 그건 달리 해석하면 내 마음속의 진심을 존중하자는 의미도 담겨있다. 물론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다. 내가 매력적으로 느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그렇게 느끼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그게 내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면 조바심이 날 정도로 자랑하고 싶어진다. 그런 마음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팔불출 소리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카센타’를 자랑하고 싶었던 이유다.”

▶아직도 배우 박용우하면 ‘달콤, 살벌한 여인’을 대표작으로 떠올리는 이가 많다. 배우입장에선 꼬리표처럼 느껴질 것도 같다.

“예전에는 꼬리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을 해보면 대표작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그동안 멜로, 스릴러, 액션, 사극 등 많은 장르를 해왔지만 본능적으로 내가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와 표현법을 좋아한다. 그는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웃음보다 찌질함으로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웃음을 잘 이끌어내는 배우다. 그를 롤모델로 삼고 싶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섹시함이다.(웃음) 내가 말하는 섹시함은 그 신과 그 컷에 정확히 어울리는 연기, 아주 적절하고 조화로운 연기를 했을 때를 말한다. 그 점에서 난 재구가 정말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관객의 몫일 텐데 그들도 내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주>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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