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행동을 할 때는 항상 잘못이 없나를 생각하라(容止若思)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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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5 07:54  |  수정 2020-09-09 14:12  |  발행일 2019-11-25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행동을 할 때는 항상 잘못이 없나를 생각하라(容止若思)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며칠 전 대구시교육청 행복관에서 ‘중심 잃은 교육, 잃어버린 국가경쟁력’이란 주제로 곽상도 국회의원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국가경쟁력인 영어 능력은 하락하고, 수학교육은 골다공증이 걸렸다고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는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읽기, 수학, 과학에서 2배 이상이 증가하여 15% 가까이 됩니다. 특히 혁신학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다른 학교보다 3배 이상 많았습니다. 학력미달 쇼크로 급기야는 ‘시험을 보겠다’고 서울시교육청은 발표를 했습니다.

필자가 근무하던 당시에는 초등학교도 기초학력미달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학력고사가 있었습니다. 학교알리미에는 그 결과를 공개하였습니다.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숫자가 얼마인가를 알렸습니다. 학부모들도 공감하였습니다. 곽상도 국회의원은 현재의 교육은 대통령 말 한마디로 변경되고, 교육부 장관의 오락가락 교육정책 발표를 ‘국가 교육을 공깃돌 취급한다’고 말했습니다.

천자문에 ‘용지약사(容止若思)’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동을 할 때는 항상 잘못이 없나를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대구로 ‘언사안정(言辭安定)’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말의 씀씀이는 안정되게 하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나아가거나 물러나거나 행동을 함에 있어서는 과실이 없기를 생각하고 말은 완급을 잘 살펴서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귀곡자(鬼谷子)는 ‘멍청한 말, 원망하는 말, 근심스러운 말, 왈칵 화를 내는 말, 무조건 기뻐하는 말을 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말들은 행동의 원인 제공이 되기 때문입니다.

‘색은행괴(素(索)隱行怪)’라는 말이 있습니다. ‘숨어있는 편벽한 것들을 들쑤셔 내고 괴이한 행동을 한다’는 뜻입니다. 공자는 ‘숨어있는 편벽한 것들을 들쑤셔 내고 괴이한 행동을 하면 후세에 이름을 날릴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적폐라는 말과 닮은 듯합니다.

‘맹자’에는 괴이한 행동(行怪)을 한 진중자(陳仲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진중자는 청렴한 사람입니다. 산중에서 부부가 아주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반면 그의 형은 복록을 받는 높은 관리였습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그의 형에게 오리를 선물 보냈습니다. 마침 어머니를 찾아갔던 진중자가 그것을 보고 이맛살을 찌푸렸습니다. 그 뒷날 어머니는 오리를 삶아서 진중자에게 주었습니다. 오리 요리를 한참 먹고 있는데, 그의 형이 들어와서 “이건 선물 받은 오리 고기인데”하였습니다. 진중자는 바깥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가서 그것을 토해냈습니다. 맹자는 진중자를 청렴하긴 하지만 진정으로 청렴함을 추구한 사람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중자는 ‘~ 척한’ 사람은 아닐까요?

국가가 교육정책으로 하는 말들이 공깃돌처럼 ‘~척, ~체’처럼 이해되면 안 됩니다. 말은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말에 믿음이 없으면 학생들은 어디에 맞춰서 배워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어떻든 읽고, 쓰고, 셈하기 기초학력 미달은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행동을 할 때는 항상 잘못이 없나를 생각할 수 있는(容止若思) 자신감도 생깁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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