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시근머리’ 없는 정치판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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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6   |  발행일 2019-11-26 제30면   |  수정 2019-11-26
집권당은 국정 운영 난맥상
진중함이 없고 고함만 버럭
한국당은 탄핵후 반성 뒷전
갈지자 행보로 지지층 빈축
국민에게 위안보다 상처만
[화요진단] ‘시근머리’ 없는 정치판
장용택 교육인재개발원장

며칠 전 점심을 놓친 탓에 혼자 인근 식당을 찾은 적이 있다. 종교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식당여주인이 뉴스채널로 돌리면서 “온통 조국이 뉴스뿐이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조국 전 장관이 온 대한민국을 흔들었고 국민들의 사고마저 혼란스럽게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밉상으로 유명하고 말을 조리있게 해도 싸가지 없다는 평가를 받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가세했으니 오죽하겠나. 조 전 장관은 교수시절부터 옳은 말 많이 하고 SNS를 통해서 국민을 사로잡았던 계몽가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과거 자신이 했던 말들이 정작 법무부 장관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목을 잡았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있을 당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다는 발표가 나자마자 SNS를 통해 죽창을 들고 봉기해야 한다고 난리를 쳤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2일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발표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어떤가. 과거 야당시절 이른바 ‘동물국회’에서 한주먹했고, 급기야 20대 총선 앞두고 공천에서 배제되자 국회본회의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반성했던 양반이 청와대에 입성하자 제 버릇이 나왔다. 또한 과거 자신의 저서출판기념회 때 카드단말기를 의원사무실에 들였다가 혼쭐이 났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도 기대 이하다.

문재인 대통령만 고민하고 몸이 축나도록 애쓰는 반면, 참모나 장관들은 보신(保身)에 바쁘다. 진보진영에서조차 “이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국정운영이 난맥상이다. 심지어 ‘닭 잡는데 소잡는 칼을 들고 설친다’고 할 정도니.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다고 한다. 진중(鎭重)해야 될 때 악다구니에 고함만 지를 뿐 노련한 맛이 조금도 없다. 고집세기는 흡사 고래힘줄과 같다.

야권을 대표하는 자유한국당은 잘하고 있는가. 혹자는 자유한국당 현 상황에 대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비유를 한다. 도끼자루가 썩으면 도끼날은 하등의 쓸모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반성하고 혁신을 하기는커녕 시간만 허비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패스트트랙폭력법위반을 보자. 당시 지탄대상이던 ‘동물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기 위해 집권여당시절 자신들이 만든 법 아닌가.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것은 현재 당대표는 법무부 장관을, 원내대표는 판사를 각각 지냈던 율사출신이며, 당내에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가 수두룩하고 치안감 이상 경찰 고위직 출신이 다수 포진했지만 패스트트랙폭력법위반으로 검찰의 처분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그런데 얼마전 국감이 끝나자마자 국감유공 의원들을 선정해 표창장과 격려금을 주는가 하면, 패스트트랙폭력 연루 의원에게는 공천가산점을 준다고도 했다. 특히 황교안 당대표는 공관병 갑질로 물의를 빚은 육군대장을 영입하려다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색소폰을 연주하다가 돌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지지층조차 ‘갈지(之)자 행보에 시근없는 행태’라며 고개를 돌리고 있다.

더욱 웃프게 만드는 것은 총선불출마 선언에 있어서 여권에 밀리자 느닷없이 현역 50% 이상 물갈이를 하겠다고 덤비는 것이다. 진박과 비박 간의 다툼이 내재한 상태에서는 보수진영 대통합이 요원하고, 혹여 통합되더라도 중도로부터 지지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내년 총선승리의 관건이다. 얼치기 봉합을 한 뒤 4년 전처럼 단체로 꿇어앉아 참회의 모습을 보일 요량이지만 이번에도 통할까. 수년 전에 ‘웰빙 정당’이라고 규정한 작명가의 탁견(卓見)이 빛난다. 이 비아냥이 지금까지 유효한 것만 봐도 그렇다.

언론인이나 정치평론가가 정치를 논하는 것은 업(業)이나, 국회의원들마저 본업을 팽개친 채 정치평론에 가세하는 바람에 국민이 본의 아니게 정치 9단(?)의 반열에 올랐다. 국민을 상대로 얕은 꾀를 쓰다간 “선수끼리 왜 그래”라고 핀잔 줄 수준이다. 하루살기에도 빠듯한 국민을 해탈(解脫)의 경지까지 이르게 한 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자 한다. 용서하는 방법 외에는 위안을 찾을 길이 없고 가슴에 상처만 남으니 말이다. 장용택 교육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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