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학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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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8   |  발행일 2019-11-28 제31면   |  수정 2019-11-28
[영남타워] 대학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대학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가 코앞에 다가왔고, 등록금은 10여년째 동결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사회변화는 대학에 혁신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이 당면한 위기를 넘기는 대책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하나의 방법으로 지역사회와의 협력문제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대학은 그동안 지역사회와 큰 연결고리 없이 운영돼 왔다. 신입생 모집해서 2년이나 4년동안 잘 가르쳐 졸업시키면 대학의 사명을 충실히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생교육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 있는 환경에서 학교나 교수들의 학교 밖 활동은 과외(봉사)활동 정도로 생각되었다.

교육부 정책 또한 대학이 지역사회에 무관심하도록 하는데 한몫했다. 재정의 상당부분을 교육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 여건상 교육부 방침을 충실히 따를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여러가지 지표 가운데 지역사회협력 부분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교육부는 부정할지 모르지만 대학정책이 지방대학보다는 수도권대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탓도 있었다. 지방대학이 주변 지역사회보다는 중앙정부를 더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중앙집권화된 우리나라 행정체제상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혁신지원방안으로 이 같은 환경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라 할 정도로 예전과는 정책방향이 크게 달라졌다. 대학을 지역혁신의 주체로 보고 지자체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수도권 및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으로 지방인구가 감소하면서 덩달아 지역혁신역량이 위축돼 지역발전이 정체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이 가진 인적·물적·지적자원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지방분권시대가 오면 지역혁신주체인 지자체, 대학, 지역기업, 연구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당위성과도 부합하는 정책이다.

교육도시라 자부하는 대구경북지역은 교육부 정책기조 변화에 한발 앞서 이미 대학과 지자체 간 협력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와 지역대학이 협력한 혁신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휴스타(HuStar)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지역미래 신성장산업인 AI, SW, 로봇, 미래차 등을 이끌어 갈 혁신인재양성을 위해 지자체 주관으로 지역 대학, 연구기관, 기업체가 연계하여 기업수요 맞춤형 교육과 실습을 하기로 하고 이미 1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포스텍(포항공대)의 경우는 학교가 보유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사업을 집중 육성해 2025년까지 포항시에 신약 개발 클러스터를 조성·추진한다는 유니버+시티(Univer + City) 프로젝트가 이미 가동 중이다.

걱정되는 부분은 대구경북지역 중소도시에 있는 전문대와 일반대의 운명이다. 2024년이 되면 전국적으로 2019학년도 입학정원 대비 12만4천명의 입학생이 부족해져 지방대·전문대부터 운영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구경북지역 중소도시에 있는 대학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휴스타나 유니버시티 같은 지역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사회와 대학 간의 공생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된다. 이는 대학은 물론이고 지자체가 대학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위기극복이 가능하다. 만약 중소도시에 있는 대학이 학생수 감소로 문을 닫을 경우 대학법인 뿐만 아니라 그 지역사회에 경기침체, 청년인구 유출 심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부터 적극적인 정책협의를 통해 상생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지역대학, 특히 중소도시에 있는 대학에 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뜻을 모을 경우 위기극복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관건은 지자체와 해당 대학의 의지다.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이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해 문을 닫는 대학이 하나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종문 교육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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