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희 변호사의 청년과 커피 한잔] 로맨스 스캠

  • 임성수
  • |
  • 입력 2019-11-29   |  발행일 2019-11-29 제38면   |  수정 2020-09-08
어린시절 추억의 ‘풍선’과 청년시절 온라인 ‘별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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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피에로 아저씨가 준 풍선선물
이세상 모든 것 다 가진 듯한 즐거움

온라인·SNS ‘1인 미디어 방송’시대
BJ에게 주는 시청료, 별풍선 시스템
이성에 접근 결혼·사업 빌미 금전편취
꿈과 행복 향해 띄우는 풍선의미 변질
경제적 수단이 돼버린 사회 모습 씁쓸


어릴 적 동네 근처에 있는 어린이공원에 가면 공원을 지키며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던 피에로 아저씨가 있었다. 피에로 아저씨는 형형색색의 풍선뿐만 아니라 별모양이 그려진 풍선과 막대기 풍선 등으로 아이들을 유혹하면서 아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필자도 풍선이 좋아서 피에로 아저씨 주위를 맴돌면서 풍선을 받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고, 피에로 아저씨로부터 풍선을 하나 받아 들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풍선을 가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풍선을 놓아 풍선이 저 멀리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 마음도 하늘을 함께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다.(어린시절이라 날아가는 풍선이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을 인지 못한 점은 널리 양해를 부탁드린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필자는 풍선을 선물 받는 것이 아니라 풍선을 선물해주기 시작했다.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연예인을 위해 풍선을 흔들기도 했고, 필자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풍선파티도 열었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풍선 이벤트도 벌였다. 나의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는 풍선을 통해 진심을 전하고 그 진심을 통해 필자와 상대방의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즉 풍선은 필자에게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하나의 행복을 선물해줄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었다.

이번에 풍선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다름 아닌 로맨스 스캠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걸그룹 출신의 BJ로부터 로맨스 스캠을 당했다는 취지의 남성이 쓴 글이 올라왔다. 로맨스 스캠이란 오프라인이 아닌 SNS 등의 온라인을 통해 이성에게 접근, 상대와 친분을 쌓으면서 결혼이나 사업 등을 빌미로 금전 등을 요구해 금원을 편취하는 것을 말한다. 휴대폰 등 전화를 통해 단기간에 상대방을 기망하여 거액을 편취하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로맨스 스캠은 보다 장기간에 걸쳐서 상대방에 대해 신뢰를 얻은 뒤 금원을 편취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로맨스 스캠에서 남성이 편취당했다고 주장하는 금액은 무려 별풍선 7억원 정도를 포함해 총 10억원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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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별풍선으로 7억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과거에는 별풍선이라고 하면 ‘얇은 고무주머니 속에 공기 등을 넣어 공중으로 뜨게 만든 물건’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고무풍선에 별모양이 그러져 있는 것을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1인 미디어 시대가 등장하고, 아프리카TV라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렸다. 1인 미디어 시대에서는 개인이 방송을 주도했지만 기존의 방송에 비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너무나 열악했다. 따라서 아프리카TV는 이러한 1인 미디어 시대를 만들어가는 BJ(Broadcasting Jockey,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하는 스트리머들을 의미한다)를 위해 ‘별풍선’이란 일종의 후원시스템을 만들었다. 아프리카TV를 통해 BJ와 소통을 하고 BJ의 방송을 즐기는 시청자들이 BJ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별풍선을 선물하는 것인데, 시청자들이 별풍선을 선물하기 위해서는 개당 약 110원의 별풍선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BJ들은 시청자들로부터 선물받은 별풍선을 추후 아프리카TV 등을 통해서 환전이 가능하다. 다시 말하자면 시청자들이 BJ에게 주는 시청료이자 관람료인 것이다.

결국 온라인 상에서 별풍선은 마음과 꿈을 대변하면서 하늘을 날아가는 풍선이 아니라 ‘금전’과 곧바로 직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별풍선을 많이 받고자 하는 BJ들이 방송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제시하였고, 이는 1인 미디어 시대를 보다 증폭시키는 계기를 불러왔다. 결국 방송을 만들어 나가고 방송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고 이러한 동기부여는 곧 방송의 품질도 높여주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긍정적인 효과 이외에 당연히 부정적인 효과도 존재한다. 일부 BJ들은 엽기적인 행위나 선정적인 행위 혹은 범죄행위 등을 통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서 별풍선을 선물 받고자 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건사고들이 발생하고 심지어 회사 돈을 횡령하여 별풍선을 구매해 선물한 사건도 발생했다. 또한 별풍선에 대한 과다선물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방송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BJ에게 어떤 시청자가 1억2천만원어치의 별풍선을 선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는 곧 온라인 상에서 ‘공정성’과 ‘정당성’에 관한 각종 논의를 계속 촉발시키기도 했다.

어릴적 나의 꿈과 행복을 함께 담아서 저 멀리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가는 별풍선이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나의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었으나 이제 청년들에게는 그 별풍선이 ‘마음’의 전달이 아닌 하나의 ‘경제적 수단’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한 느낌이 든다.

1인 미디어의 발전이 보다 중요시되는 현 온라인 상황에서 적절한 규제와 자발적인 규제가 유기적으로 효과를 낸다면 분명 별풍선이란 단어는 다시금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동그라미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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