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수의 인테리어 다반사] 시공비 계획

  • 임성수
  • |
  • 입력 2019-11-29   |  발행일 2019-11-29 제39면   |  수정 2020-09-08
“아파트 리모델링, 평당 얼마입니까”
거실 아트월·바닥재·확장·새시 창호…
고객 원하는 디자인 따라 비용 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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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산업 기술개발부 디자인파트 책임자로 근무하다 퇴사 후 개인 사업을 한 지 10년. 수많은 고객을 만나고 상담을 하는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경험한 일과 시공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10년간 겪은 일들을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리해 본다.

거실 아트월·바닥재·확장·새시 창호…
고객 원하는 디자인 따라 비용 큰 차이

“예전엔 평당 OO 금액에 시공 했는데…”
매년 인건·자재비 상승 간과한 경우 많아
시공 막바지에 쉽게 생각하는 추가 요청
예산 초과로 고객부담 커질수 있어 우려
공간 설계 하기전 충분한 계획·협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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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49평형대의 아파트 거실이지만 한쪽은 강화대리석과 산호석으로 마감했고(위), 다른 한곳은 대형 대리석 질감의 타일과 코코넛타일로 마감했다. 두 거실의 인테리어 공사비는 큰 차이가 난다.

◆같은 평형이라도 비용 ‘천차만별’

아파트 리모델링공사든, 상업공간이든, 사무공간이든 공사를 의뢰하는 고객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다.

아파트의 경우 같은 면적의 아파트는 공간구성이 거의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통계적으로 그러한 데이터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실 전면부(아트월)는 대리석 질감의 타일로 하고, 바닥은 강마루로 하고, 방은 확장을 하고….”

이처럼 소스도 없이 막연하게 묻는 말이 “평당 얼마합니까” 이다.

견적을 내는 입장에서는 막연할 수밖에 없다. “방이나 거실을 확장할 경우는 얼마? 새시 창호를 전부 교체할 경우는 얼마?”

결국은 많은 가정을 내세우며 금액을 제시하고 그 범위를 좁혀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객의 입에서는 ‘공사를 많이 안 해 보셨나봐요? 다른 분들은 착착 나오던데…”라는 식의 불만 섞인 말이 나온다. 난감한 경우다.

건설사에 근무하며 분양한 모델하우스만 40여개니까, 단위세대로는 130여개의 아파트를 담당했고, 퇴사 후 리모델링한 아파트만 해도 수십채인데, 졸지에 초보 업자 취급을 받게 된다. 특히 리모델링을 하는 집은 고객 각자 원하는 디자인 요소가 다 다르다. 거실주방 바닥재만 하더라도 타일로 시공을 하고 싶은 고객도 있고, 강마루로 시공을 하고 싶은 고객도 있고, 비닐계 장판(우드륨으로 불림)으로 시공을 하고 싶어 하는 고객도 있다.

하나의 디자인만으로 고객을 상대하고, 그 디자인이 최상의 디자인이라면 감히 “이 디자인으로 공사하면 평당 얼마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평당 금액을 말하기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한 동네에서 10여년을 아파트만 공사를 해 온 업체는 평당 금액이란 것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수 있다. 인근 아파트만 상대로 10여년이면 무슨 아파트 몇호라고만 얘기해도 그 내부 구조가 훤할 것이다. 결코 그분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판박이 같은 디자인으로 리모델링이 되기도 한다.

같은 자재, 같은 디자인으로 작업이 이뤄지니 공사비가 거의 동일하게 나올 수 있고, 한가지 자재를 계속 사용하니 자재로스 또한 적어 적절한 이윤도 보장될 것이다.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홈인테리어는 각자의 개성과 취향에 맞춰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필자로서는 적응되지 않는다.

일괄적인 디자인으로 분양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리모델링하는 것은 바로 개개인의 취향 차이로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이다. 이제껏 단 한집도 같은 디자인으로 작업을 하지 않은 이유가 고객 취향과 만족에 디자인의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필자에겐 평당 공사비라는 일률적인 데이터는 없다.

또 난감한 것 중 하나는 고객들이 알고 있는 그 평당 금액이란 것이 수년전부터 구전되어 온 금액이란 것이다. 자재비와 인건비는 상승했는데, 평당 공사비라는 것은 거의 수년째 고정되어 있다. 자재비가 오르고 인건비가 상승한 것은 알고 있으면서 평당 공사비 상승은 인정을 못하니 난감하다.

몇 년 전 인건비가 18만원일 때의 평당 공사비가 인건비가 23만원인데도 그대로다. 오르지 않은 자재비와 인건비가 없을 정도다. 심지어 공사 중 발생한 철거 폐기물, 잔재 처리비까지 올랐다. 예전에는 목재, 폐콘크리트 등을 혼합해 버려도 됐지만, 이제는 구분해서 버려야 하고 버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느 하나 예전보다 쉬워진 것은 없는데 그 놈의 평당 공사비는 요지부동이니….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을 원하는 고객의 심정과 고객이 원하는 품질을 만들어 내고도 적당한 이윤을 창출하고픈 업자의 심정, 이 두 가지를 서로 충족시킬 수만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

◆“하는 김에 요것도 좀 해주세요”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 보면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하는 김에 요것도 좀 해주세요”라는 요구를 많이 듣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참 난감할 때가 많다는 것을 우선 밝힌다.

자재가 남고 작업을 예정보다 일찍 마쳐 작업시간에 여유가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추가적인 작업을 하려면 자재가 필요하고, 추가에 따른 작업자의 노동 시간이 필요하다.

벽에 못 하나 쳐 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아예 가구 하나를 만들어 달라거나, 예정에 없던 곳에 타일을 시공해 달라거나, 조명을 추가로 하나 더 시공해 달라고 할 때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물론 비용을 추가지급할 테니 해 달라고 하는 고객도 더러 있지만, 대개는 추가비용 없이 해주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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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수 본 건축 디자인 대표

조명기구 하나를 추가시공할 경우, 별도의 스위치를 위해 배관배선을 새로 해야 할 경우가 많다. 기존 스위치에 추가로 조명을 시공한다 하더라도 천장이나 벽속에 배관 배선을 다시 시공해야 하니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닐 수밖에 없다. 솔직히 전기공사 중일 때에 기구 하나를 추가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다. 대부분 공사 마무리 단계에 와서야 필요에 의해 한두 개를 추가하니 문제가 된다.

인테리어 공사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계약 전에 나름 충분한 계획을 세우고 공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가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또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공간에 미흡한 요소가 보이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이런 부분은 추가공사로 진행되어야 마땅하지만 계획된 예산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나하나는 작은 비용일지라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모이면 큰 비용이 되기 때문이다.

고객의 입장에선 계획한 예산의 초과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업자의 입장에서는 자재와 인건비의 추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간을 미리 예상하고 설계를 하거나 고객이 필요한 부분을 미리 협의해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최상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서로의 입장을 고려한 배려가 필요하다.

본 건축 디자인 대표 design0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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