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멈춰버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그 해법은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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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2   |  발행일 2019-12-02 제30면   |  수정 2020-09-08
신뢰 구축위해 합의한 사항
남북미 누구라도 먼저 실천
치킨게임서 모두 살 수 있어
시간과 기회 얼마 남지 않아
새해 앞두고 행동에 나서야
[아침을 열며] 멈춰버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그 해법은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북한학 박사

2019년 기해년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2018년 한 해 동안 급속히 진전되었던 한반도 평화무드에 큰 기대를 안고 시작한 올해였지만,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노딜’에 대한 충격이 ‘한반도 평화의 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비록 6월 마지막 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1953년 정전협정 후 처음으로 미국 정상이 판문점에서 북한 지도자와 만나는 결실이 있긴 했지만, 한반도의 상황은 여전히 ‘노딜’의 ‘하노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멈춰버린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원인은 ‘신뢰’였다. 최근 한·일간의 ‘무역갈등’에서 보듯이, 한번 붕괴된 국가 간의 신뢰는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 상대 국가의 약속이나 행동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국가 간의 외교 관계는 언제나 더딜 수밖에 없다.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 역시 이러한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신뢰 형성의 첫 단계부터 ‘노딜’이라는 ‘외교적 결례’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양국에 좋지 못한 경험이다.

둘째 원인은 ‘행동’이었다. 작년 남·북 간에는 ‘판문점 정상회담’과 ‘평양 정상회담’이, 북·미 간에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회담에서 세 개의 합의서가 발표되었다. 하지만 각 합의서에 기술된 행동들 대부분이 실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외교정책이론 중 ‘치킨(chicken)게임’ 이론이 있다. 두 선수가 자동차를 타고 서로 정면으로 마주 달리는 상황에서 겁을 먹은 일방이 먼저 핸들을 돌리면 겁쟁이가 되어 체면을 잃게 되지만, 누구도 핸들을 돌리지 않으면 둘 다 목숨을 잃게 되는 게임이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핸들을 돌려야 하지만, 게임에서 ‘승리’하기만을 바라면 상대가 먼저 핸들을 돌리기 전에 자신이 핸들을 돌릴 수 없도록 ‘자신의 손을 묶어’두는 ‘비합리적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북·미는 현재 이러한 ‘치킨게임’을 진행 중인 것 같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먼저 행동하기보다는 상대가 먼저 행동하기를 기다리며 ‘최대 이익’을 얻고자 자신의 손을 묶어 둔 듯하다.

마지막 원인은 ‘국내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탄핵문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검찰개혁’ 등 국내정치 문제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이슈를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우리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속도감 있게 한반도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에는 두 정상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럼 멈춰버린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리는 해법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신뢰 구축을 위해 합의한 사항들을 실천하는 것이다. ‘조건 없는 합의 이행’을 게임의 참가자 중 어느 일방이라도 먼저 해야 한다. 미국이 먼저 행동에 나서기를 기다리거나, 북한이 먼저 행동하기를 기다릴 경우에는 다시금 ‘치킨게임’의 장으로 들어서게 된다. ‘묶어 놓은 손’을 우리가 먼저 풀어야 한다.

북한에선 연말이면 다양한 ‘성과전시회’들이 열린다.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 교육 분야, 보건 분야, 농수산 분야, 인민 생활 분야 등 사회 각 분야의 성과들을 전시하고 ‘본보기’로 공유할 수 있도록 선전하는 것이다. 북한 외교당국자들이 연말까지 협상의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압박하는 이유도 올 초 외교 분야에서 계획된 결과물들을 연말까지는 얻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도 한반도 평화를 향해 핸들을 돌릴 수 있도록 자신의 ‘묶어 놓은 손’을 풀어야 한다.

정말 시간과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다가올 2020년 새해에 다시금 ‘한반도 평화의 프로세스’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12월 한 달 동안 북·미는 물론 우리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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