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7천원…싫으면 말라” 수능 후 알바시장‘위법 배짱’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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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3 07:26  |  수정 2019-12-03 07:26  |  발행일 2019-12-03 제8면
학생들 몰리는데 관련 법 잘몰라
최저임금이하 받거나 초과근무도
작년 고3알바생 60%“계약서 없다”
전문가 “부당대우 피하려면 작성”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A군(18).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대구 달서구 한 호프집을 찾았다.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들은 A군은 사장으로부터 “2개월간은 시간당 7천원밖에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8천350원이다.

A군은 “최저임금보다 낮게 주는 것은 법을 어기는 것인데 사장이 너무 당연하게 이야기해 놀랐다. 그러면서 지원자는 많으니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A군은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구 중구에 사는 수험생 B군(18)은 최근 집 앞 편의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월~수요일 오후 4시간만 근무를 하기로 했는데, 점주가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야간 근무는 물론 토요일에도 나와 달라고 요구했다.

점주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던 B군은 결국 1주일도 안돼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를 노린 근로기준 위반 행위가 숙지지 않고 있다.

사회초년생들이 관련 법규를 정확하게 모르는 데다 수능 이후 아르바이트생이 대거 몰리면서 단기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진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올해 수능 응시자 1천5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능 이후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아르바이트’(29.7%)가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60.3%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34%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문제의 원인으로 노동 교육 부족과 고용주의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대구고용노동청 차원에서 중·고등학교 방학때 노동 관련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참여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렇다 보니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 정도는 있다고 해도 정확하게 따질 수 없다 보니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근로계약서’ 작성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그 안에는 계약기간, 시작일, 근무 시간, 근무일과 주휴일, 임금과 임금지급일, 연차 유무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건희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나이가 어린 수험생의 경우 고용주의 불합리한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다. 근로계약서 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근로계약서 작성을 못했을 경우 내가 실제로 근무한 시간, 휴게 시간 등을 꼼꼼히 메모하고, 급여 등의 자료도 기록할 필요가 있다. 기록된 자료들이 후에 조정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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