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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새로 고침’의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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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3


文정부의 평화협력 플랫폼

아세안국가 외엔 너무 약소

선택·집중 당연히 필요하나

관계 소원해지면 회복 애로

지금이 국제무대 중요 순간

권유경 (아프리카연구교육 개발원 대표)
문재인정부 들어 유난히 많이 접했던 단어 중 하나로 ‘평화’를 꼽고 싶다. 교육 활동의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이 대다수 교육명칭에 평화가 붙기 시작했고 국제사회와의 교류활동 전반에는 평화가 빠진 어젠다 제시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평화특례시, 평화경제특별시 등 일부 지자체들은 평화를 숙원과제였던 것처럼 들고 나왔으며 정치·경제·문화 그 어떤 부문에도 평화는 번영, 협력과 더불어 우리 사회 전반에 ‘일약 스타’로 등장했다.

물론 어느 때보다 평화가 강조된 데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가 국정과제로 다뤄졌다는 시기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 국정과제가 추구한 목적이 국민에게 ‘평화’라는 단어에 대한 ‘지나친 익숙함’을 제공한 데 두었다면 정말 완벽한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당 국정과제에 포함된 ‘강한 안보와 책임국방’ ‘남북한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 ‘국제협력을 주도하는 당당한 외교’ 3가지 전략에 이 목적은 없었다.

평화의 중요성이나 번영, 협력을 강조하는 것에 딴지를 걸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상 아프리카대륙을 오고 다닐 때 현지 파트너들이 어느 국가, 누가 됐든 간에 그들의 나에 대한 공통 질문 중 하나는 꼭 한반도의 상황에 관한 것이었다. 화두는 자연스럽게 평화와 이어졌고 외부인의 시선을 통해 내가 얼마나 ‘핫’한 한반도에 거주하는지, 내전 분쟁 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지역을 보며 ‘평화’야말로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필수 전제요소인지 충분히 공감했다.

이렇게 중요한 평화의 무게에 비해 이를 풀어가는 정부의 방법이 아쉽다. 우선, ‘평화’를 외치는 것은 필요하나, ‘평화’만 외치는 것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중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정책과 사업의 전(全) 영역에 평화가 포함될 순 있지만, 굳이‘평화’가 노출되지 않아도 되는 영역에까지 억지로 평화를 끼워 넣는 것은 평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평화라는 단어가 지니는 고귀함까지 해친다. 한 마디로, ‘또 평화 타령이네’ 다.

둘째, 평화를 국제교류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현재 정부의 각종 정상회담, 고위급 회담에서 중심 내용이 무엇이든 상대국과의 대화 말미에 꼭 한반도 평화지지 요청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평화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모두가 공감하는 영역이다. 어떤 교류의 전제나 대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경제적 지지나 협력을 약속하고 그 말미가 우리에 대한 평화지지 요청이라면 상대국은 어떻게 해석할까?

마지막으로, 평화번영의 한반도 구상의 세번째 전략이기도 한 ‘국제협력을 주도하는 당당한 외교’에서 꼭 인지해야할 사항은 지나치게 특정지역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평화의 축’으로서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번영의 축’으로서 신남방 정책과 신북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평화 번영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아세안 국가를 주목하고 주변 4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실질 협력강화를 추구하는 등 이들과의 협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문제는 현 정부의 아세안 국가에 대한 집중으로 인해 아세안 국가 외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너무 약소하고 불균형해진다는 데 있다. 선택과 집중?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비선택=버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제관계도 인간관계처럼 소홀해지고 난 다음 다시 단단해지기는 쉽지 않다. 장기적 안목에서 다른 지역과의 지속적 협력을 놓치지 않아야 한국이 국제사회 무대에서의 정말 중요한 순간에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 하나가 떠오른다.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었다. 그 다음으로 좋은 때는 지금이다.” 늦지 않았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면 ‘지금’이 ‘새로 고침’의 골든타임이다.

권유경 (아프리카연구교육 개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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