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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서의 진상을 정확히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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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3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던 한 수사관이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현재 검찰에서 근무 중이지만 지난 2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이었다.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이끌던 ‘민정 특감반’에서 활동하며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진행 상황을 챙긴 의혹을 받던 인물이다. 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물론이거니와 현 정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이 수사관이 남긴 자필 메모와 최근 주변에 하소연했다는 말들은 예사로 넘기기 힘들다. ‘총장님(윤석열 검찰총장)께 미안하다’는 유서는 뭘 의미할까.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 사실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수사관이 근무했던 소위 ‘백원우 별동대’의 일부 행태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권한을 넘긴 정황도 발견되고 있다. 민선 자치단체장이자 국회의원 출신이었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감찰은 민정비서관실의 업무 권한 밖이다. 단순한 첩보 이첩 수준을 넘는 다른 개입이 있었다면 명백한 불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유서 내용 중에 윤 총장에게 ‘우리 가족을 배려해 달라’는 내용을 남겼다는 얘기도 뒤늦게 나왔다.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겼다는 말과는 의미가 무척 다르다. 이 수사관에 대한 압박 정황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유서의 진실공방은 차치하더라도 청와대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명수사, 대출의혹, 감찰무마 등으로 검찰의 칼 끝은 물론 정치권의 모든 시선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지 않았나. 그런 와중에 청와대 관계자가 이 수사관에게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수사 상황을 묻는 연락을 수차례 했다는 말들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청와대의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고 할 수 있다.

수사는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 청와대에 대한 강제수사, 검찰의 자체 감찰도 불가피하게 보인다. 청와대 역시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게 당연하다. 논란을 잠재우는 길은 엄정한 진상규명밖에 없다. 다만, 이 논란이 상당 기간 우리 정치를 휘몰아칠 것 같아 걱정이다. 경제·외교·안보 등의 중차대한 국가 현안이 산적한데, 결코 생산적이지 않은 이슈가 국정을 잠식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靑)·검(檢) 간 본격적 충돌로 비화되면 정국의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가 조국사태로 제기된 ‘불공정’의 과제를 채 풀기도 전에 ‘신뢰의 위기’를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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