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들 서행않고 질주…통학로는 불법주정차 점령

  • 정우태,이현덕,정지윤 수습,최시웅 수습
  • |
  • 입력 2019-12-05 07:23  |  수정 2019-12-05 08:24  |  발행일 2019-12-05 제3면
민식이法 늑장…대구 스쿨존 위험천만
20191205
대구 동구 율원초등 학생들이 3일 오후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0191205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운전자로 인해 스쿨존은 여전히 위험지대다.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도 사고 요인이 될 수 있어 대책이 절실하다. 차량이 갓길에 주차돼 있으면 운전자 시야가 제한되고,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어린이들은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교시간 쏟아져 나온 초등생들
주차 차량 사이로 아슬하게 오가
교통전문가 “단속 장비 설치해야
운전자 의식 개선 무엇보다 중요


◆아이보다 차가 우선인 스쿨존

지난 3일 오전 8시30분쯤 대구 남구 대명초등학교 앞.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골목길로 걸어가고 있었다. 문구점에서 나온 한 초등학생이 학교 쪽으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반쯤 건너고 있을 쯤 자동차 한 대가 브레이크 한 번 밟지 않은 채 무서운 속도로 학생 앞을 지나쳐 갔다. 이 곳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눈치였다.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니더라도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으면 ‘일시정지’해야 하는 기본 수칙을 안 지킨 것이었다.

대명초등 주변 또 다른 도로 위. 녹색으로 ‘통학로’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그 위를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통학로의 경우 펜스 등을 설치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장소가 협소할 경우 녹색으로 통학로를 표시해 구분한다. 하지만 이렇게 차량들이 그 공간을 차지하면서 정작 아이들은 통학로를 두고 차가 다니는 길로 걸어다니고 있었다.

이날 자녀를 교문까지 데려다 준 김하나씨(여·41)는 “통학로가 있지만 불법주차된 차가 많아 위험하다"면서 “스쿨존과 스쿨존이 아닌 곳의 구분도 크게 없는 것 같다. 등굣길을 함께하지 못하는 날은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아이보다 차량이 우선인 스쿨존은 교통사고를 양산했다. 정재호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스쿨존 내에서 교통사고로 부상 당한 사람은 전국에서 1천470명, 사망한 어린이는 19명에 이른다. 또 과속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선 무인 단속장비가 설치돼야 하지만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전국 스쿨존은 1만6천789곳인데 비해 설치된 무인 단속장비는 789대(2019년 7월 기준)로 4.7%에 불과하다.

이순우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교수는 “단속장비 설치는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아이들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는 운전자의 의식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쿨존에 설치된 노상주차장

4일 오후 1시쯤 대구 동구 방촌초등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 하교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군것질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도로 쪽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한 어린이가 주차된 차량 사이로 잠깐 나온 순간, 오토바이가 경적을 울렸다. 아이의 키가 차 높이보다 작았던 탓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이를 미처 보지 못한 것. 이후에도 이렇게 불법 주차된 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스쿨존 안에 조성된 불법 노상주자창은 사고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 전수조사 결과, 스쿨존 내 노상주차장은 대구지역만 46곳 690면에 이른다. 대구시는 주출입문과 직접 연결된 주차장을 선별해 21곳을 폐쇄 조치했다. 내년까지 모든 주차장을 없앨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차장으로 쓰이면 안 되지만, 주차공간 부족을 이유로 방치돼 있던 곳을 확인하고 단계적으로 없애고 있다. 불법 주·정차로 인한 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1일 ‘어린이보호구역·통학버스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등하교 시간 통학로에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고 무인단속 장비도 확대한다. 또 그동안 예외적으로 제한속도를 시속 40㎞ 이상으로 허용하던 일부 스쿨존의 제한속도를 시속 30㎞로 낮추기로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정지윤 수습기자 yooni@yeongnam.com

최시웅 수습기자 jet123@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정우태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이현덕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