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자금 체납으로 빚 수렁에 빠지는 대구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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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7   |  발행일 2019-12-07 제23면   |  수정 2020-09-08

대구지역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학자금 체납액이 5년 새 다섯 배나 늘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의 학자금 상환 체납액은 8억8천만원으로, 2014년(1억7천900만원)보다 5배가량 늘었다.

체납학자금은 상환 의무가 발생했는 데도 갚지 못한 빚이다. 근로·사업소득이 생겨 학자금을 의무적으로 상환해야 하지만, 소득이 여전히 너무 적거나 곧 퇴직해 학자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졸업 후 3년이 지나도록 직업을 구하지 못한 장기 미상환자 중 배우자 등 가족의 소득을 근거로 상환 의무 고지를 받고서도 납부하지 못한 사람도 체납자로 분류된다.

이 지역 청년들의 학자금 체납액이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전국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경기침체 때문이다. 기업이나 자영업 활동이 전례 없이 위축되니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구지역 청년 취업자(25~34세) 수는 2014년 22만4천명에서 계속 줄어 지난해에는 19만1천명까지 떨어졌다. 학자금 체납자가 늘어나는 것은 대구지역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국적으로도 청년층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취직 후 갚기로 약속한 학자금(ICL)’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ICL은 한국장학재단이 대학생들에게 학자금을 빌려주고, 소득이 생기면 의무적으로 원리금을 갚도록 하는 제도이다. 취업 등으로 상환의무가 생겼지만 낮은 소득과 불안정한 일자리로 빌린 학자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ICL 의무 상환 대상자는 18만4천975명으로 5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ICL 체납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나라 청년들의 일자리 여건이 실업률 못지않게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업난으로 겨우 일자리를 얻긴 했지만 단기 아르바이트이거나 소득이 적어 학자금을 상환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자금 체납 통계는 우리 청년들의 삶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지표다. 대학생들, 특히 지방출신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서면서 학자금 상환압박에 쪼들리고 단기알바로 내몰리는 게 일반적인 현실이 됐다. 최근 한 공공기관이 20대 청년 1천명을 대상으로 ‘현 사회에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통용되는지에 대해 물었더니 74.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노력을 해도 계층이동이 안 돼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는 매우 위험한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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