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黃체제에 반기·김재원 카드’ 통했다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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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0   |  발행일 2019-12-10 제4면   |  수정 2019-12-10
원내대표에 ‘5선’ 심재철
용퇴 요구에 내몰린 중진 몰표
對與 전투력 기대 심리도 작용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비주류 심재철 의원이 9일 선출된 것은 황교안 대표 체제를 견제하려는‘비황’(非黃·비황교안) 표심의 반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선의 심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비박(非박근혜) 및 비황으로 분류된다. 함께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3선 김재원 의원(상주-군위-의성-청송)은 친박(親박근혜)계 핵심으로 주류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들은 ‘다선 중진’이라는 신분과 ‘막말 논란’ 등의 전력으로 황 대표 체제에서 인적쇄신이 추진되면 속칭 ‘물갈이’ 대상이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원내사령탑에 오르면서 황교안 체제에 거부감을 가지면서도 내색을 못하던 ‘물갈이’ 대상 중진들에 의한 반란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경선 이후 한국당 의원들의 뒷말을 종합하면 친박계 및 다선 의원들이 당선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심 원내대표가 국회부의장 출신 5선 의원인 만큼 황 대표의 체제의 독주를 견제할 것이란 기대감이 표심으로 나온 것”이라며 “친박계 의원 및 중진 의원 다수가 심 의원에게 표를 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는 황 대표 측의 친황(親황교안) 체체 가속화 움직임에 친박 또는 당내 주류가 대응에 나섰다는 의미이다.

황 대표는 단식 후 사무총장·전략기획부총장 등 주요 당직 인선과 현역 50% 물갈이 선언, ‘나경원 불신임’ 건 등으로 적잖은 당내 비판을 받았다. 특히 친황 그룹을 중심으로 초·재선의원들이 재선 김선동 의원을 지지한다는 움직임이 나오자 중진들 중심으로 반발 표가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심 의원은 이날 선거 직전 정견발표에서도 “이번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황심(黃心·황교안의 의중)이 언급됐지만, 저는 황심이란 없고, 황심은 ‘절대 중립’이라고 확신한다”며 “원내대표가 되면 여러 의원의 말씀을 황 대표에게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전달하겠다. 당 대표로서 제대로 모시면서도 의견이 다르면 외부에 갈등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소신껏 드릴 말씀은 전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즉 황 대표와 선 긋기 전략이 표심을 얻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진이 원내사령탑이 되면서 공천에서 초·재선의 요구에 따라 중진에 대한 용퇴 압박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 대구경북(TK) 출신의 ‘김재원 의원’ 카드도 당선에 큰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심 의원이 수도권 지역 비주류지만, 김 의원은 친박 핵심이자 TK 중진인 만큼 이를 보완하는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TK의 한 의원은 “대구는 모르겠지만 경북의 경우 친박계가 주류인 만큼 비박계인 강석호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김 의원에게 표가 몰렸을 것”이라며 “당내 초재선 의원들과는 기류가 다르게 지역에서는 김 의원에게 표가 집중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 의원이 박근혜정부 당시 ‘책사’로 불리는 등 전략가 역할을 했던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기존 원내지도부 체제에서 지적되던 원내전략 부재 및 대여 전투력 부족에 대한 기대심리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심 의원이 민주화 운동 출신 인사로 ‘투쟁’을 강조해 온 만큼, 패스트트랙 협상에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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