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삭감 예산, 예결위원장 직권 ‘쪽지예산’ 6천만원 통과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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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0   |  발행일 2019-12-10 제5면   |  수정 2019-12-10
정신 못차리는 대구시의회 2題

대구시교육청이 내년에 집행할 예산을 심사하는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위원장 ‘쪽지예산’이 등장하는가 하면 학생의 휴대폰 사용을 부추길 수 있는 수상한 영어교육 예산이 통과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시의회 예결위 2020년 시교육청 예산안 심사에서 달성군지역 유치원 2곳과 초등학교 1곳의 도서구입비 명목으로 6천만원의 예산이 신규로 반영됐다. 앞서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 해당 예산이 부결되자, 예결위원장인 강성환 의원(달성군1)이 직권을 행사하는 이른바 ‘위원장 쪽지예산’으로 급조해 통과시킨 것이다.

유치원·초등 도서비 명목 편성
“재원 바닥나서 힘 보탠 것” 해명

휴대폰 활용 외국어교육 예산도
교육위보다 복지위서 깜짝통과

하지만 강 예결위원장은 해당 예산을 예결위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교육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박우근 교육위원장은 “예결위에서 달성군 유치원·초등학교 도서구입비 예산을 상정 및 가결시키기 앞서 강 예결위원장으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했다. 예결위가 소관 상임위에서 삭감한 예산을 살리려고 할 때는 상임위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한 시의회 회의규칙(제66조)을 위반한 것이다.

박 교육위원장은 “교육위에서 해당 예산을 삭감한 것은 강 예결위원장의 지역구에 있는 유치원과 학교에만 도서구입비를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예결위원장이 자신의 선거지역구 유치원 등을 지원하기 위해 상임위 반대에도 불구하고 절차를 어겨가며 예결위 처리를 강행한 것이다.

강 예결위원장은 “신설된 유치원에 도서관은 지어놨으나 정작 아이들이 봐야 하는 책이 없는 현실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규정 상 운영비에서 3%를 떼어내 도서구입비로 사용할 수 있으나 개원하면서 시설비 투자가 많아 책을 살 재원이 바닥나 이번에 예산 지원에 힘을 보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날 예결위에선 김태원 의원(수성구4)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영어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외국어교육 활성화 예산으로 4억원을 신규 예산으로 요구하며 반영시켜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예산은 상임위인 교육위에서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은 데다, 문화복지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이 느닷없이 예결위에서 필요성을 거론하자 깜짝 통과돼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시의회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휴대폰에 앱을 깔아 영어교육을 실시하자는 발상인데 요즘 학교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에 불과한 예산”이라며 “학생들은 등교 후 각자 휴대폰을 반납하고 하교 때 되돌려 받기 때문에 학교에선 휴대폰 앱으로 영어교육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공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급적 학생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앱을 깔아놓으면 오히려 휴대폰 사용을 부추길 수도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학부모들의 영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였다. 요즘 학교에서 휴대폰을 수거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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