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유언비어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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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0   |  발행일 2019-12-10 제31면   |  수정 2019-12-10

구미가 뒤숭숭하다. 구미 경제를 지탱하는 대기업 이전과 관련된 헛소문이 밑도 끝도 없이 퍼지고 있어서다. 일명 ‘카더라 방송’ 형태의 뜬 소문은 가뜩이나 힘든 경제를 흔들고 시민들은 가짜뉴스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카더라 방송은 ‘9천여명의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을 파주로 옮겨 빈 공장만 남는다’ ‘근로자 1만여명의 삼성전자 스마트시티의 생산 시설이 베트남으로 몽땅 이전해 구미공장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구미시 인구가 매월 수천 명씩 줄고 있다’로 요약된다.

LG·삼성전자 이전 유언비어는 매년 실시하는 명퇴 신청이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관계자는 “생산공장의 수도권·베트남 이전설은 10~20년 전부터 떠돈 악성 루머로 소문일 뿐”이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인구 감소 유언비어는 2017년 말 42만1천799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구미시의 인구가 지난해 말 42만1천494명, 지난달 말에는 42만95명으로 줄어 42만명 선이 위협받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구미의 카더라 유언비어와 관련해서는 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과 수출이 급격히 하락한 2015년에도 비슷한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당시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파주 이전, 삼성전자의 베트남 이전 유언비어로 구미산단과 인접한 인동·진미동의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유언비어가 휩쓸고 지나가면 서민 경제가 추락하는 후폭풍에 시달렸다. 헛소문이 꼬리를 무는 구미산단 유언비어는 벌써부터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 지역경제를 파탄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구미경제를 좀먹는 악성 유언비어에 대해 구미시를 비롯한 지역경제계가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흔하던 대책회의조차 한번도 열지 않아 서민들은 공포의 도가니로 내몰리고 있는 상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지역경제계는 유언비어 차단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한발짝 더 나아가 유언비어가 재발되지 않도록 실체를 파악한 뒤 속 시원한 해결책도 내놔야 한다. 구미지역 경제가 활짝 웃는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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