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물리 세계석학들 “포항지진은 촉발지진”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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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1 07:03  |  수정 2019-12-11 07:03  |  발행일 2019-12-11 제9면

[포항] 세계적인 지구과학 석학들도 포항지진이 촉발지진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지구물리학회(AGU) 국제학회에 참가한 전 세계 학자 대부분이 포항지진을 촉발지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1·15지진지열발전공동연구단이 10일 밝혔다. 포항지진 정부조사단의 해외자문단으로 활동한 도메니코 자이디니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교수는 이날 전 세계 석학들 앞에서 해외자문단이 포항지진을 촉발지진으로 본 경위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존 타운엔드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 교수는 “전 세계 지열발전 부지 지하의 응력상태에 대한 연구를 통해, 특히 물 주입에 의한 유발지진을 포함해 포항지진을 분석했다”며 “불안정한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포항지진을 촉발지진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시마모토 일본교토대 이학연구대학원 명예교수는 포항지진을 일으킨 단층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놨다. 그는 “포항지열발전을 운영한 관계자들이 단층대를 알면서도 유발지진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마모토 교수는 지난달 15일 공동연구단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2019 포항지진 2주년 심포지엄’에서도 포항지열발전소 실증사업이 지진·지질학자의 관여가 거의 없이 공학적인 측면만 강조한 사업이라며 질타한 바 았다.

포항지진을 ‘자연지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전 세계 학자들의 호된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 맥가 미국지질조사국 박사는 “포항지진은 경주지진과 같이 양성단층대에서 발생했으며, 지열발전소 물 주입 이후 오랜 시간이 경과한 뒤에 지진이 일어났다”며 “또한 물 주입량에 비해 상당히 큰 규모(5.4)의 지진이라는 점에서 자연지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외자문단으로 활동한 학자 등은 맥가 박사의 주장은 과학적인 데이터가 불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정부조사연구단장을 맡았던 이강근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맥가 박사의 주장에는 지열발전 부지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며 “정부 조사 내용을 조금만 찾아봤더라도 이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모 공동연구단장은 “전 세계 지질학자들은 포항지진이 촉발지진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포항지진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논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지열발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교훈으로 삼아야 된다”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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