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활동 부산출신 가수’대구서 팬클럽 탄생 “노래 듣고 희망 갖길”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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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1   |  발행일 2019-12-11 제13면   |  수정 2019-12-11
日서 한복입고 공연하는 김기선씨
팬들 사이에선 애국가수로 불려
지역 유력인사 구성‘기사모’출범
“희망의 아리랑 노래로 힘 얻기를”
‘日활동 부산출신 가수’대구서 팬클럽 탄생 “노래 듣고 희망 갖길”
9일 대구의 소규모 공연장에서 열린 ‘기사모(김기선을 사랑하는 모임)’ 출범식 때 이화선 기사모 회장·김기선씨(앞줄 왼쪽 셋째·넷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사모 제공>

일본에서 활동 중인 부산 출신 여가수의 팬클럽이 대구에서 결성됐다. 아직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중년의 여가수 팬클럽이 생겼다는 것이 우선 이채롭다. 게다가 팬 중 다수가 대구에서 이름이 있는 인사들이라는 점이 또 한번 눈길을 끈다.

지난 9일 저녁, 대구시 남구의 소규모 공연장에서 일본 가요가수 김기선씨(49·일본 도쿄 도시마구)의 팬클럽 ‘기사모(김기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출범식이 열렸다. 25명으로 참석 인원을 제한한 이날 팬클럽 출범식장에는 대구에서 섬유회사 화선<주>을 운영하는 이화선 대표, 김종성 대구예총 회장 등 대구에서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인물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짝퉁 워킹맘 명품 워킹맘’이란 책을 펴낸 작가이면서 영남대병원 임상병리사로 활동하는 추현혜씨, 대구의 맹렬 상담사인 권환선씨도 ‘기사모’ 회원으로 자리했다. 다른 일정 때문에 이날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김석동 대구시설관리공단 본부장도 ‘기사모’ 회원이다. 이날 팬들은 김기선씨의 타이틀 곡 ‘희망의 아리랑’ 부르기 대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그녀를 응원했다.

기선씨가 대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김종성 대구예총 회장 때문이었다. 기선씨가 김 회장을 알게 된 것은 20여년 전. 당시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기선씨는 출장온 김 회장의 통역을 맡았다. 그게 계기가 돼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던 중 이화선 대표가 일본에 출장을 왔을 때 이 대표의 통역을 맡으면서 두 사람의 인연도 시작됐다. 이들을 소개시켜준 사람이 김종성 회장이다. 이후 이 대표는 기선씨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래서 ‘기사모’의 회장을 이 대표가 맡고 있다.

이날 모인 팬들이 기선씨를 좋아하는 이유에 몇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유쾌한 기선씨의 성격이 좋아서 관심을 가졌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았으며, 어떤 어려운 상황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인드가 좋다는 것이다.

이화선 대표는 “제가 30여년간 섬유업을 하면서 공장에 불도 나보고 IMF 외환위기도 겪었지만 희망을 갖고 생활해왔다”며 “기선씨의 노래 ‘희망의 아리랑’에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 그래서 더 기선씨를 응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기선씨는 일본에서 한국의 음악을,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데 이제는 저 때문에 대구 섬유까지 홍보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날 팬클럽 결성식 참석차 대구에 온 기선씨는 “대구가 참 정겹고 좋다”며 “특히 서문시장이 좋다. 서문시장의 이불은 품질이 아주 좋고 값은 매우 싸다”고 했다. 그녀는 가수로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을 비롯한 대구의 몇몇 행사때 무대에 올랐다. 또 공연기획자로서 일본 내에서 활동 중인 삼바댄싱팀을 대구로 데려오기도 했다.

그녀는 한일 문화 교류의 전도사이길 원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공연할 때는 한복을 주로 입고 한국에서 공연을 할 때는 기모노를 주로 입는다고 했다. 올해 한일 양국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도 기선씨는 일본에서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노래교실을 운영하면서 일본인들에게 한국노래를 가르친다. 샤미센이라는 일본 전통 악기를 반주로 한국 노래를 부른다. 이런 사실을 아는 대구팬들은 그녀를 ‘애국가수’라고 부른다.

그녀의 곡 ‘희망의 아리랑’은 ‘내 나이가 어때서’를 작곡한 정기수씨가 기선씨 목소리 톤에 잘 맞을 거라면서 만들어 준 곡이다. 기선씨는 ‘희망의 아리랑’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선씨는 “일본의 교포 1세대들이 아리랑 노래를 들으면서 일본에서의 힘든 생활을 견뎌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내가 부르는 ‘희망의 아리랑’을 들으면서 누군가는 희망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욱기자 jwoo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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