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는데

  • 이은경
  • |
  • 입력 2019-12-11   |  발행일 2019-12-11 제30면   |  수정 2020-09-08
文정부 평화환상에 푹 빠져
미국과는 전통적 동맹 흔들
중국은 자신의 제후국 취급
북한은 하수인 부리듯 호통
이런 정부 택한 국민책임 커
[수요칼럼]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는데
황태순 정치평론가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주말,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갑자기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희망했다. 30분에 걸친 양국 정상 간의 대화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 다음날 왜 트럼프 대통령이 황급하게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는지가 드러났다. 양국 정상이 통화를 하던 그 시점에 북한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체불명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다.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협상은 지난 2월말 하노이회담에서 결렬됐다. 그 이후 북한은 13차례에 걸쳐 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를 쏘아대면서 긴장의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정부는 지금 한반도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다. 내년 대통령선거 준비해야지, 또 미 하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소추 준비 중이지,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다.

북한도 가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핵무력 완성을 온 천하에 공언했지만 미국 주도의 대북경제제재가 풀릴 조짐은 전혀 없다. 트럼프는 늘 말로만 사랑의 러브레터를 던져왔을 뿐이다. 올 6월 시진핑 중국 주석이 평양을 방문해 막혀가던 숨통을 텄지만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김정은을 바라보는 북한 엘리트층의 눈길이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미국에 비핵화협상이 아닌 평화협상을 하자면서 강짜를 부리는 김정은. 올 연말까지 시한을 준다면서 짐짓 허세를 부리던 김정은은 정말 초조할 것이다. 미국은 ‘현상유지정책’으로 사실상 ‘북한 무시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말로는 온갖 립서비스를 다하지만, 정작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문제는 손도 못 대고 있다. 게다가 F-35 도입 등 군비를 증강하고 있다.

김정은에게 한 줄기 빛이 또 비쳤다. 미국과 중국의 끝없는 대결구도다. 중국은 가장 민감한 홍콩문제에 미국이 압력을 가하는 부분에 거의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이고 미국의 의회가 홍콩문제를 심각하게 보면서 개입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은근히 북한을 부추겨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미국의 주의력을 홍콩에서 북한으로 돌리려고 한다.

최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5년 만에 서울을 찾은 것이 바로 중국의 책략이 어디에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국이 구상 중인 INF(중거리미사일)의 한반도 배치는 절대 반대한다. 둘째 중국은 떠오르는 태양인데 ‘한국은 줄 똑바로 서라’이다. 한국을 흔들면서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에서 적당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노리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년 반 냉철한 국제인식 없이 ‘우리민족끼리’의 환상에 젖어 갈팡질팡했던 데 대해 ‘복수’를 당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더 이상 우리를 전통적 우방으로 보는 것 같지 않다. 미국의 뒷배가 끊어진 한국에 대해 일본은 그들의 본색을 드러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국은 우리를 아예 과거 자신들의 제후국이었던 조선 정도로 치부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북한은 한국을 마치 아랫사람 부리듯 우리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있었던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에서 위기가 사라진 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다. 조만간 북한이 ICBM을 발사하고 추가 핵실험을 할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의 묵인 하에 북한은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김정은에 대한 끝없는 세레나데가 이 정권의 실세들 입에서 나오고 있으니 정말 한심한 일이다.

‘오늘 나의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냈던 시간의 보복이다.’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는 적지않은 고통이 과연 어느 한 정권의 탓이기만 할까. 아니다. 그런 정부를 택한 국민의 책임도 결코 적지 않다. 암울한 연말에 더욱 한심한 국내 정치권의 아귀다툼에 좌절해야 하나, 심판해야 하나. 결국 모든 것은 국민의 몫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