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종말의 시대 빠르게 다가온다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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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2   |  발행일 2019-12-12 제1면   |  수정 2019-12-12
#1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모금액 뚝…올해부터 카드결제 도입
#2 택시승객 대부분 현금 안 내고, 지하철 현금수입 계속 감소
#3 현금 소지자 확 줄면서 경찰서 소매치기 전담반도 사라져
급변화에 금융 취약층 배려 시급
현금종말의 시대 빠르게 다가온다

대구가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아예 현금을 받지 않는 매장이 등장하는 등 거의 모든 결제가 신용·체크카드로 이뤄지면서 시민들의 주머니엔 현금이 마르고 있다. 이 때문에 구세군 자선냄비의 현금 모금액이 줄어들자 카드결제시스템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 소매치기 범죄가 확연히 줄어 일선 경찰서에선 소매치기 전담반이 사라졌다. 현금 없는 사회가 우리 생활 패턴을 편리하게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일각에선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등장한다.

11일 대구경북지역을 관할하는 구세군 경북지역본영에 따르면 2016년 3억3천800만원이었던 모금액은 2017년 2억9천만원, 지난해 2억5천만원 등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오가는 사람들이 현금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아 거리모금액이 계속 줄어든 것이 원인이 되고 있다.

사랑의 열매 대구모금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각 구·군청에 비치된 모금함의 비중은 크게 줄었고, 송금이나 계좌이체가 모금액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는 올해부터 카드결제시스템 도입, ARS나 문자메시지 자동 기부 방식 도입 등 모금 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커피시장 1위인 ‘스타벅스’ 카페의 대구 매장 65곳 중 29곳은 ‘현금 없는 매장’이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선 카드와 같은 비현금 결제수단이 있어야 한다. 또 키오스크(무인자동화기기)를 도입한 매장 대부분은 현금결제가 불가능하다.

택시도 대부분 카드결제시스템을 장착했다. 택시기사 권모씨(61)는 “승객의 80% 이상이 적은 돈이라도 카드결제를 한다”며 “오늘 오전 수입이 8만5천700원인데, 이 중 한 고객을 제외하곤 모두 카드결제였다”고 전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최근 3년 새 승차권의 현금수입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2017년 약 83억원(전체 수익 중 6.7%)의 현금 운수수입이 발생했으나 지난해엔 약 69억원(5.7%), 올핸 11월 말 현재 약 54억원(4.9%)으로 현금수입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대구의 절도발생건수가 현저히 감소한 것이다. 2015년 1만4천604건에 달한 절도건수는 2016년 9천182건, 지난해 8천180건으로 집계됐다. 또 일선 경찰서에 있었던 ‘소매치기 전담반’도 없어진 지 오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총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2.1%로, 2015년의 38.8% 대비 급격히 감소했다. 카드 사용비중은 2015년엔 37.4%였으나 지난해는 무려 52%를 기록했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현금이 사라지면 금융소외계층이나 고령층이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 이병완 영남대 교수(경제금융학)는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할 때면 우리 사회가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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