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원 투입한 도시재생사업 “사후관리는 엉망”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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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2 07:32  |  수정 2019-12-12 07:32  |  발행일 2019-12-12 제8면
남구 대명동‘청소년블루존’ 거리
간판 조명 수리 민원 차일피일
도로변 화분엔 시든 식물 방치
불법 주정차에 보도블록도 파손
미관 해쳐 문화거리 제역할 못해
25억원 투입한 도시재생사업 “사후관리는 엉망”
11일 오후 남구 대명동 청소년 블루존 거리에 설치된 대형화분에 식물이 시든 채 방치되거나(왼쪽) 보행로가 파손돼 있다.

대명동에서 10년 넘게 음악연습실을 운영해 온 A씨는 출근할 때마다 한숨이 먼저 나온다. 불이 나간지 한참이 된 연습실 간판 때문이다. 그는 2015년 구청에서 진행한 간판정비사업 동의서에 서명했다. 기존 간판을 내리고 입체형 간판으로 교체했고 설치 비용은 구청에서 부담했다. 그러나,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간판의 밝기가 희미해지더니 이내 꺼지고 말았다. A씨는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수리를 받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부품을 바꿔 봤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계속 고장이 났다. 결국 주변 상인들은 사비를 들여 새로운 간판을 걸었지만, A씨는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정비사업 당시 ‘2층 이상은 반드시 입체형 간판을 유지해야 한다’는 고시가 있었고, 2층에서 연습실을 운영하는 그는 이 규정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A씨는 “구청에서 먼저 나서서 간판을 바꿔준다는데 의심없이 동의했다"면서 “벌써 4년이나 흘렀는데 그동안 수리 한번 해주지 않았다. 최근에 항의를 했더니 이전 민원 기록이 없다며, 뒤늦게 문제를 제기한 제 탓이라고 해 황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조성된 대구 남구 ‘청소년 블루존’의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구청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에 걸쳐 국비와 시비 약 25억원을 투입해 거리를 정비했다. 미관을 위해 간판을 같은 유형으로 바꾸는 한편, 보행로를 확보하고 도로를 화강석으로 포장하는 등 거리 조경 전반을 정비한 것이다. 이곳은 경북여상·예고가 인접해 청소년의 통행이 많은 거리다. 또 대구음악창작소와 음악 작업실이 밀집해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보행자 중심의 문화거리로 탈바꿈하는 것이 청소년 블루존 사업의 목적이었다.

문제는 간판정비뿐 아니라, 전체적인 거리의 미관까지 나빠져 문화거리로 제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1일 오후 찾은 대명2동 청소년 블루존. 양쪽으로 정체 모를 대형 화분이 늘어서 있고 안에 식물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라고 있었다. 어떤 식물은 시든 채 방치돼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화강석으로 포장된 도로는 파손된 곳이 적지 않았다. 색깔, 크기가 맞지 않는 보도블록으로 메운 흔적도 눈에 띄었다. 보행로와 차도가 구분돼 있지만, 그 사이로 불법 주·정차가 빈번해 보행로도 높낮이가 맞지 않고 울퉁불퉁해 지나다니며 넘어질 뻔한 사람도 보였다.

청소년 블루존에서 만난 한 상인은 “수십년 된 가로수를 베어내고 화분을 갖다 놓았는데, 미관을 오히려 헤치는 것 같다. 바닥도 파손되는 일이 잦아서 통행하는데 방해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청소년 블루존 바닥 정비는 민원이 들어오면 조치를 꾸준히 하고 있고, 화분은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며 “간판은 건물 소유주의 동의를 받고 진행한 사업이고, 무상 교체기간이 지나서 구청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해명했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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