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모의 배낭 메고 중미를 가다] 멕시코 이슬라 무헤레스와 칸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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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3   |  발행일 2019-12-13 제37면   |  수정 2020-09-08
마음속까지 파랗게 물들이는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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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빛으로 여행자들을 유혹하며 넋을 잃게 하는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멕시코 이슬라 무헤레스 해변은 내가 본 바다 중에서는 최고의 해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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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에서 섬으로 가는 쾌속선 위에서 듣는 악사의 기타 연주 소리는 멕시코 사람들의 애처로운 정열처럼 해풍에 날려 따라오는 갈매기 에게로 날기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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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스노클링을 하는데 붉고 푸른 열대어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여 있어 손을 뻗으면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고, 큰 고기들이 손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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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농장은 야생 거북들의 알을 부화하여 새끼를 다시 바다로 안전하게 돌아가게 하고, 흥미로운 수족관과 해양 생물 전시장이 있어 학습으로도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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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의 라스 팔라파스 광장은 돈 없는 여행자에게는 좋은 놀이공간이다. 주변에는 먹거리와 무료공연으로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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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 선착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다는 캐리비언 해적의 후크선장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선상의 흥미진진한 공연을 볼 수 있다.

여인의 섬 이슬라 무헤레스
천혜 자연속 카리브해의 낭만과 바람
곱게 채색된 주택·수영복 입은 사람들
골프 카트 타고 둘러보는 섬투어 재미

지금까지의 여정에 비해 메리다에서 칸쿤까지는 오히려 편했다. 200㎞를 3시간 만에 도착한 버스터미널은 작고 붐비지 않았다. 다시 페리로 여인의 섬 이슬라 무헤레스로 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하얀 백사장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진 이슬라 무헤레스는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로 ‘여인의 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인의 섬은 1517년 스페인 사람들이 이 섬에 들어왔을 때 작은 마야 여인 조각상들을 발견한 것이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이 섬은 어부들의 해적단 피난처 정도였으나 1970년대가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슬라 무헤레스는 멕시코 유카탄반도 북동쪽 카리브해 연안에 위치한 멕시코령의 작은 섬으로 칸쿤에서 약 13㎞ 거리에 있다. 보통 선착장들은 물이 오염되어 있는데, 투명하고 깨끗한 선착장 바닷물이 한눈에 들어와 탄성을 자아낸다. 섬으로 가는 쾌속선 위의 악사가 전통 악기와 기타 연주를 한다. 바닷바람에 노랫 소리는 연신 따라오는 갈매기들에게로 날아가지만 30여분 가니 이슬라 무헤레스라는 작은 섬에 도착한다. 이 섬의 선착장 근처에는 작은 호텔과 민박집들이 자리하고 있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여행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섬의 길이는 약 8㎞, 폭은 650m 정도로 동쪽에는 파도와 바위가 많은 카리브해가 있으며, 서쪽으로는 투명한 바다 건너편에 칸쿤의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카리브해의 낭만과 시원한 바람, 천혜의 자연환경 등 다채로운 매력으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음까지 파랗게 물들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현지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 흥겨운 음악까지 여행자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골프 카트를 대여하면 섬 전체 투어가 몇 시간 만에 가능하다. 화려한 고급 외제 차 대신 도로를 점령한 골프 카트와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 골목에는 곱게 채색된 낮은 주택들이 붙어 있고, 줄지어 있는 가게에서는 누구라도 멕시코 사람으로 만들어 줄 많은 장식품을 팔고 있다.

내 마음의 보석같은 카리브해
울창한 숲, 야자나무, 새하얀 모래밭
오색 비치파라솔과 조화이룬 은빛해변
붉고 푸른 열대어 스노클링·거북 농장


이곳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편안함과 동시에 모험적일 수 있는 것이다. 하루 종일 해먹에 누워 있거나 해변을 유유히 산책할 수도 있고, 바다에 뛰어들어 에메랄드빛 파도 속에 있는 산호초를 탐험할 수도 있다. 걷기를 밥 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나는 정해진 목적지가 없으니 골프 카트보다는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를 무작정 걸어보고 싶었다. 지나는 여행자들과 도로변의 야자수 그리고 계속해서 펼쳐지는 카리브해를 따라 때로는 가로수 아래를, 때로는 해변을 따라서 걸었다. 섬의 남쪽 해안 끝에서 아득한 시절 세워진 마야 유적의 옛터를 찾아 그리움에 젖고, 거친 파도가 치는 동쪽 암벽 해안을 따라 걸었다. 울창한 숲과 야자나무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해안은 온통 새하얀 모래밭이어서 아름답게 자라난 열대나무 아래로 눈부신 은빛 바다에 마음을 송두리째 뺏길 지경이다.

섬의 해변은 오색 비치파라솔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도 따뜻하고 길게 뻗은 백사장은 물이 깊지 않다. 짚으로 지붕을 덮은 예쁜 비치파라솔과 긴 벤치가 어우러지는 백사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바다에서 망중한을 즐기다가 이른 저녁으로 찾은 탁 트인 야외 식당의 바닷가재 요리는 푸짐한 새우튀김과 특유의 향이 강한 멕시코 소스로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이국적이고 활기찬 멕시코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섬의 북부 다운타운으로 향하면 된다. 멕시코스러운 망토와 모자, 티셔츠가 진열되어 있는 노점상들과 곳곳에 멕시칸 푸드와 테킬라를 파는 카페가 늘어서 있어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에서 바다색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플라야 노르테 해변을 찾았다. 여행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백사장의 친구가 된다. 비치에서 바다풍광에 빠져 맥주를 마시며 나를 내려놓고 있는데 저 멀리 수평선의 낙조가 마치 와인 잔에 붉은 태양이 빠져드는 듯하다. 특히 이곳에서 보는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니 절대 놓치면 안 된다는 그 멋진 장관이 펼쳐진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해변을 걸었다. 곱디고운 백사장의 모래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잔잔한 파도까지. 사람들이 바라는 천국의 이상향이 있다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본 바다 중에서는 최고라고 엄지척을 해 보았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바다 속에서의 스노클링을 위해 이방인 여행자들과 배를 타고 나갔다. 환상적인 바다 색깔이 눈과 가슴 가득 밀려온다. 붉고 푸른 열대어들이 엄청 많이 모여 있어 손을 뻗으면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고 무척 큰 고기도 내 손을 유혹한다. 그러나 열대어를 한번 만져보려고 다양한 방법을 써 보았으나 손이 근처에만 가도 바로 도망을 간다.

이슬라 무헤레스의 거북 농장은 거북이 알을 낳는 장소로 유명하다.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거북은 물론 특이한 해양생물도 볼 수 있다. 내부에는 새끼 거북들이 안전하게 부화할 수 있도록 부화장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많은 거북이 이 섬에서 산란을 하기 때문에 막 태어난 새끼를 안전하게 바다로 보내려면 양육을 해야 한단다. 이슬라 무헤레스 거북 농장은 바로 산란 직후의 거북을 야생으로 돌려보내기까지 돌봐주는 곳이다. 작지만 흥미로운 수족관과 해양 생물 전시장 등이 마련되어 있어 바다 생태학습으로도 매우 좋다.

이방인들의 천국 칸쿤
1년내 우기가 없는 뱀의 둥지 ‘칸쿤’
산호섬 연결 32㎞ 환상적 쿠쿨칸 대로
다국적 여행자와 어울린 황홀한‘마야’


페리를 타고 다시 칸쿤에 도착 후 다운타운구역의 숙소에 배낭을 풀고 화려하다는 호텔구역을 찾아 나섰다. 1년 내내 우기가 없어 한없이 투명한 바다와 파란 하늘,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백사장이 만들어 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칸쿤에는 시설 좋고 호화로운 숙소가 많이 있지만 나 같은 배낭족 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 해변의 도시를 마야어로 뱀의 둥지란 뜻의 ‘칸쿤’이라 부른다. 고대인들에게 뱀은 죽음과 생명의 원천이었단다.

이 도시는 ‘호텔구역’과 ‘다운타운구역’으로 나뉜다. 칸쿤은 천국의 바다 카리브해 유카탄 반도의 북동쪽 해안선에서 조금 떨어진 L자 모양의 섬에 있다. 본토의 칸쿤과 이곳의 휴양지는 둑길로 연결된다. 칸쿤 호텔구역은 다운타운구역에서 시내버스로 2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칸쿤은 100여명 마야인들의 고기잡이배나 드나들던 카리브해의 한적한 어촌마을이었다. 휴양도시로 개발된 뒤로는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하고, 중남미 청춘들의 허니문 1순위에 오른다. 200여개 호텔과 리조트는 흡사 현대문명의 성벽처럼 해변을 둘러싸고 있다.

그림 같은 카리브 해의 휴양지 칸쿤은 이제 아름다운 해변을 끼고 현대식 건물들과 공항 등 휴양 리조트시설이 가득 들어찬 그야말로 세계적인 휴양지로 첫손 꼽힐 만하다. 인구 60만 도시인 칸쿤은 해변 쪽에 있는 몇 개의 작은 산호섬들을 연결하였다. 32㎞에 이르는 호수 주변 환상연결로인 쿠쿨칸 대로는 야자수와 망고나무 가로수로 단장되어 시원스레 뻗어있고, 도로변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리조트시설과 호텔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푸른 파도가 끝없이 밀려오는 에메랄드빛 카리브 해안은 연중 수영이 가능하다.

쿠쿨칸 대로를 걸으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잔잔한 바다에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떠 있는 아름다운 외관의 위락시설과 고급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다. 그렇다고 칸쿤이 선택된 자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칸쿤의 도심인 다운타운구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소와 레스토랑이 몰려 있다. 라스 팔라파스 광장은 돈 없는 여행자들에게는 마음 편한 놀이 공간이다.

떠나는 멕시코의 추억을 담기 위해 다운타운에서 해적선 투어를 했다. 여기서도 한국대표로 불려나가 선상해적파티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부르자 혼자이지만 내 인기가 싸이만큼 높았다. 테킬라 선라이즈에 입 안이 얼얼하도록 매운 멕시코 고추 아바네로가 들어간 엠파나다 만두와 타코 샌드위치를 곁들이니 금상첨화다. 다국적 여행자들과 어울려서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밤바다 풍광과 화려했던 마야 유적이 아른거리는 밤을 누렸다. 입맛에 맞는 멕시코 음식까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마음의 여행지 카리브해를 이륙하여 내 여행의 희망지인 헤밍웨이와 체게바라가 사랑한 쿠바로 향한다.

자유여행가·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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