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뮤지컬 ‘홀리데이 인’ (데이비드 혼·2017·미국)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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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3   |  발행일 2019-12-13 제42면   |  수정 2020-09-08
화려한 춤과 풍성한 노래…눈과 귀가 행복한 뮤지컬

20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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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 해의 끝 무렵이다. 평소 공연장을 잘 찾지 않던 사람도 이맘때가 되면 좀 다르다. 볼 만한 공연이 있는지를 찾아 정보를 뒤적인다. 언제부턴가 공연 관람으로 송년회를 대신하는 직장이나 단체도 많아졌다. 숨 가쁘게 달리던 것을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되는 연말이야말로 공연 관람의 최적기인 듯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여유도 호사라고 여기는 분들을 위해 집에서 편안히 볼 수 있는 공연 한 편을 소개한다.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 실황을 담은 뮤지컬이다.

주인공 짐은 뉴욕의 잘나가는 배우지만, 화려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시골 농장에 정착하려고 한다. 하지만 약혼녀인 배우 라일라는 화려한 도시 생활을 고집한다. 결국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둔 채 짐은 혼자 시골에 내려온다. 막상 시골에 내려와 보니 그가 꿈꾸던 것과는 다르다. 농사일도 익숙하지 않고 수입이 변변치 않아 대출금도 못 내는 신세가 된다. 설상가상 약혼녀도 시골 생활이 싫다며 이별을 통보한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깜짝 방문한 옛 동료들과 농장의 전 주인 린다가 있다. 이들은 의기투합하여 휴일에만 공연을 펼치고 숙박도 하는 ‘홀리데이 인’을 개장한다.

화려한 춤과 탭댄스, 풍성한 노래들이 눈과 귀를 행복하게 한다. 빙 크로스비, 프레드 아스테어 주연의 1942년 작 ‘홀리데이 인’(우리나라 개봉제목은 ‘스윙 호텔’)이 원작이다.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주제가인데, 그 해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영화의 곡은 모두 전설적인 작곡가 어빙 벌린의 주옥같은 노래들이다. 스토리와 음악은 고전적인 품격을 잃지 않고, 발랄한 안무들은 현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고 있다. 토니상 최우수 안무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원작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다채롭고 풍성한 춤과 노래와 이야기가 현대인의 입맛에도 잘 맞다.

뮤지컬의 내용은 원작 영화와 다른 부분이 많은데, 각색이 뛰어난 것 같다.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작에는 없는 댄서 친구들의 역동적인 군무가 화려함을 더한다. 이 뮤지컬의 주연은 댄서들(코러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의 흑인 가정부를 대신한, 관리인 루이지의 춤과 코믹한 대사들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원작처럼 빙 크로스비의 노래, 프레드 아스테어의 춤을 보지 못한다는 것뿐이다. 원작 영화와 함께 감상하면 더 흥미롭다. 무엇보다 원작에서 빙 크로스비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르는 장면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얻은 영감으로 홀리데이 인 호텔이 생겼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최근 뮤지컬 영화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겨울왕국 2’를 비롯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판인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이 흥행했고,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등이 모두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캣츠’가 곧 개봉된다는 소식도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역동적인 춤과 음악으로 우리를 매료시키는, 뮤지컬의 매력을 말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하지만 나는 뮤지컬 영화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너무 대중의 입맛에만 맞춘 가벼운 영화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런데 뮤지컬 ‘홀리데이 인’을 보며 웃고 즐기는 동안 새삼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실제 주인공 P.T. 바넘이 말한 것처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가장 고귀한 예술”이라고 할 때 뮤지컬이야말로 진정 고귀한 예술이라 하겠다.

‘홀리데이 인’ 공연 실황을 담은 뮤지컬을 함께 보고난 친구가 말했다. “저런 건 직접 봐야하는데….” 백 번 옳은 말이다. 꿩 대신 닭인 셈이다. 이 해가 끝나기 전 얼른 공연장으로 달려가시기 바란다. 그럴 상황이 못 된다면 공연 실황 감상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래며, 맛있게 치킨을 즐기기 바란다.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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