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화재 속에서 제자들을 구한 이주영 안동 강남초등학교 교사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예기치 못한 화마(火魔) 속에서 초등 교사가 용기 어린 말과 대처로 소중한 제자를 구했다. 안동 강남초등학교 4학년4반 담임 이주영 교사(29).
지난 12일 오전 9시28분쯤. 4층 4반 교실에서 수업 중이던 이 교사는 ‘창문 쪽에서 연기가 올라온다’는 한 학생의 말에 화재를 직감했다. 불이 난 곳은 인근 교내 체육관. 그는 즉시 학생들을 인솔해 1층 중앙 현관까지 대피시켰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 순간, 한 여교사의 비명이 들려왔다. “4학년5반 학생들이 창가에 매달려 있어요. 도와주세요”. 이 교사 반 바로 옆 반이었다.
이 교사는 5반 교실로 황급히 올라가 창문 난간에 매달려 있는 남녀 학생 두 명의 팔을 붙잡았다. 이 교사는 남학생의 팔을 잡아 끌어올린 뒤 여학생의 팔을 다시 잡았다. 하지만 여학생을 팔로 끌어 올리기엔 힘에 부쳤다. 이 교사는 소방구조대가 올 때까지 여학생의 팔을 잡고 버티기로 했다. 5반 교실은 불이 난 체육관 바로 옆이어서 갈수록 열기와 연기가 심해졌다.
“얘야, 조금만 더 버티자. 곧 소방관 아저씨가 구하러 올 거야.” 이 교사는 여학생에게 용기와 희망의 말을 반복해서 건넸다.
그는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이러다 죽겠구나’라는 공포감이 들었다. 하지만 내 팔을 잡고 있는 여학생을 보며 버텼다”고 했다. 짙은 연기 속을 뚫고 행정실장이 이 교사를 도우러 왔다. 그렇게 10분을 버티자 사다리차가 와 여학생을 안전하게 구조했다. 이 교사가 구조한 남녀 학생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건강엔 이상이 없다. 이 교사는 “검은 연기 속에서 많이 무서웠다. 그러나 교사이기 때문에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다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비슷한 상황이 또 일어나도 똑같이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안동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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