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스토리텔러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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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4   |  발행일 2019-12-14 제23면   |  수정 2019-12-14

한국의 초·중·고교생은 어떤 직업을 가장 원할까?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서는 선호 직업군의 변화가 드러났다.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순위조사에서는 운동선수, 교사, 크리에이터 순으로 선호 순위가 나왔다. 설문은 지난 6~7월 전국 초·중·고 학생 2만4천783명, 학부모 1만6천495명, 교원 2천8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초등학생이 가장 선호한 운동선수는 전체 학생 중 11.8%의 선택을 받았다. 이어 교사는 8.9%, 크리에이터는 5.7%였다. 유튜버 등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를 지칭하는 크리에이터의 경우 지난해 5위로 처음 10위권에 진입했는데, 이번에 두계단이나 상승했다. 의미있는 직업 선호도 변화이다. 중·고교생의 선호도 1위는 교사였다. 교사 선호도는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13년 연속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학생들은 교사, 의사, 경찰관, 운동선수, 뷰티디자이너 순으로 선호했다. 고교생들은 교사에 이어 경찰관, 간호사, 컴퓨터공학자, 군인 순으로 장래 직업을 선택했다.

초등학생들이 의사보다 크리에이터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 설문 조사결과는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덴마크 출신의 미래학자 롤프 얀센은 오래전 ‘감성이 지배하는 미래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다. 코펜하겐 미래학 연구소의 대표를 역임했고 ‘드림 소사이어티’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는 그는 인류사회의 변천에 따라 가치창조의 리더도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가치창조의 리더는 무당(수렵 채취 사회)- 가장(농경 사회)- 자본가(산업 사회)- 전문가(정보화 사회)- 스토리텔러(드림 소사이어티)로 변천해 오고 있다고 기술했다. 꿈이 지배하는 현재·미래사회에서는 테마화된 공간에서 스토리텔러가 주도적으로 가치를 창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얀센의 주장은 한국의 초등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3위에 크리에이터가 오른 상황과 직결된다. 다양하고 이색적인 스토리를 유튜브에 올려 인기를 끄는 게 크리에이터 아닌가. 스토리텔링의 파급력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등 전세계로 수출된 한국의 인기 드라마에서 이미 입증됐다. 영국 BBC 방송국이 꼽은 ‘세계 최고의 오지’인 솔로몬 제도 아누타섬 원주민들도 TV앞에 둘러앉아 ‘대장금’을 보고 있는 시대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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